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권 확보에 큰 변수가 생겼다. 국회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때문이다. 한 기업의 대주주가 가진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막으면서 소액주주는 보유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이런 상법 개정안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단체와 대다수 전문가는 가뜩이나 취약한 기업 경영권이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대기업 단체와 중소·중견기업 단체들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상법 개정을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 의결권을 3%까지만 허용하는 것이고,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소액주주들 의결권을 뽑는 이사수만큼의 배율로 늘려 후보 한명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대세력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 상법 개정안은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됐지만 언제든 재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반기업 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외국 투기자본이 소액주주를 동원해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과거 글로벌 자산운용회사 소버린과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이 SK(주)와 KT&G의 경영권을 위협해 엄청난 이익을 챙겨갔던 일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기업의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인정하고 있다. 1주 1의결권이 원칙이지만 1주에 수십개, 수백개의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해 경영권 방어를 쉽게 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 구글, 워런 버핏 회장의 벅셔 해서웨이가 경영권 걱정없이 성장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보다 경영권 보장 수단이 더 다양하다. 상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외국 사례 등을 상세히 알아보자.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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