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횡령 스캔들에 발목 잡힌 프랑스의 제1야당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의 캠프가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사법당국이 피용과 가족의 공금유용 혐의와 관련해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피용의 대선 캠프에서도 속속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지지기반 붕괴가 가속화할 경우 공화당 지도부가 후보교체 등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다시 나오고 있다.

피용이 아내와 두 자녀를 의원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예비조사를 한 프랑스 검찰은 최근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사건을 수사법원에 이첩했고, 법원은 피용에게 이달 15일로 출두명령을 내린 상태다. 수사법원은 증거 확보를 위해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브누아 아파뤼, 에두아르 필리프, 크리스토프 베쉬 의원은 공동성명을 내고 "더이상 우리의 후보를 지지할 수 없어 캠프를 탈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피용과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다가 패배한 알랭 쥐페 전 총리 계열 의원으로 분류된다. 역시 쥐페 전 총리 계열로 분류되는 뱅상 르 루 의원도 앞서 이날 아침 캠프 탈퇴를 선언했다.

하루 전인 1일에도 피용과 공화당 경선에서 붙었다 패한 뒤 피용 캠프에 합류한 브뤼노 르 메르 하원의원이 캠프를 떠나겠다고 밝혔고, 국회 부의장 중 한 명인 공화당 카트린 보트랭 의원도 탈퇴를 선언했다. '자중지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대선에서 피용을 지지하기로 한 중도우파동맹 민주독립연합(UDI)도 지지 유보로 입장을 틀었다.

이처럼 제1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대거 이탈이 시작된 것은 피용이 수사법원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대선을 완주하겠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내분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알랭 쥐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 캠프 탈퇴를 선언한 의원 4명 모두 쥐페 전 총리 계열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중도 성향의 통합형 리더로 평가되는 쥐페는 지난해 11월 공화당 경선 승리가 점쳐졌지만, 피용에게 예상 밖의 패배를 당했다.

피용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밀려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