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경 머니로드쇼] 자산가들의 '필수품' 사모펀드…'한 방'보다는 '중위험·중수익'
더블유자산운용은 지난달 28일 미술품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더블유 아트 1호’를 설정했다. 이 펀드는 연 10%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소장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사들여 적절한 시점에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운용될 예정이다. 펀드 만기를 3년으로 잡고 최소 가입액도 5억원 이상으로 높여잡았지만 자산가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단숨에 350억원을 끌어모았다.

49명 이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되는 사모펀드들이 자산가의 ‘필수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스권 증시, 저금리, 투자자 환매 등에 따라 수익률이 들쑥날쑥한 공모펀드와 달리 주식, 채권,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은행예금 이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지난 1년간 공모펀드는 1.9%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사모펀드는 두 배가량 높은 3.7%를 냈다. 자산가들의 ‘뭉칫돈’을 끌어모으면서 지난해 사모펀드 설정액(250조원)은 처음으로 공모펀드(212조원)를 추월했다.

자산가들이 사모펀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목표 수익률을 확실히 맞춰주는 투자 패턴 때문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물론 부동산 및 인프라펀드 등 대부분 ‘시중금리+알파’ 수준의 중위험·중수익형 상품이 대부분이다. 저금리 지속으로 기대수익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연 3~5% 절대수익을 목표로 운용되는 상품이면 1~2주 안에 ‘49인 모집’이 완료된다는 게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얘기다.

이경민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PB클래스 상무는 “일반 투자자들이 공모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이유는 적절한 환매 시점을 놓치기 때문”이라며 “사모펀드는 설정 전부터 적정 목표 수익률에 맞춰 운용 전략과 환매 시점 등을 미리 정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부자들이 사모펀드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다. 가치주, 중소형주 등 비슷한 전략 일색인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투자자 수요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맞춤형’으로 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메자닌, 부동산, 해외 인프라, 항공기 등이 주요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재경 삼성증권 SNI본부 상무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환경에서 주식, 채권 등으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진 만큼 손실폭을 일정 부분 제한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인프라 자산이나 파생상품 등을 활용한 각종 구조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기간이 긴 것도 강점이다. 사모펀드로 꾸려지는 부동산, 인프라 등의 특별자산펀드들은 투자 기간이 3~5년 이상인 ‘폐쇄형 상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정적인 수익이 나오는 자산에 자금을 장기간 묶어두는 만큼 기대수익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상무는 “요즘 투자상품을 고를 땐 ‘유동성’과 ‘수익률’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며 “자산가들은 매년 신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보다 5년 정도 자금을 묶어놓고 연평균 6~7%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부동산, 인프라펀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