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미지급 보험금 1천740억원 전액 지급
한화생명 "잠정 결론…내일 이사회서 결정하겠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을 방패 삼아 버티던 삼성·한화·교보 등 3대 대형 생명보험사 모두가 일부 지급에서 전건 또는 전액 지급으로 돌아서게 됐다.

◇ 삼성생명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삼성생명은 2일 서초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일부 지급 결정을 내린 400억원을 포함해 미지급 전액인 1천740억원을 보험수익자들이 받게 된다.

'자살은 재해사망이 아니다',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며 미지급의 정당성을 강변했던 삼성생명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 자살보험금 관련 삼성·한화·교보 등 생명보험 3사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생명에 대해서 3개월 영업 일부 정지, 김창수 사장에 대해서는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교보생명은 당시 전격적으로 미지급 건 모두에 보험금을 주겠다고 밝혀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이번 결정이 영업 정지에 따른 보험 영업의 타격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장기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했다.

삼성그룹이 공식적으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삼성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생명·물산 중심의 '3두 체제'로 운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의 지분을 다수 보유한 삼성생명은 삼성 금융계열사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로 전환에 핵심적인 회사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미전실 해체 등 컨트롤타워의 부재라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선장으로 김창수 사장이 필요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생명이 교보생명보다 강력한 '보험금 전액 지급'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교보생명은 미지급 건에 대해 모두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있었던 2007년 9월을 기준으로 그 이후에는 지연이자를 포함한 전액을, 그 이전에는 원금만 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교보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보험금 규모는 672억원으로, 전체 미지급금액 1천134억원의 60%가량에 그쳤다.

한편 삼성생명은 이날 이사회에서 10억원 이상 기부금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한 안건도 처리했다.

◇ 한화생명도 지급 잠정 결론
한화생명도 이날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3일 정기 이사회 때 긴급 안건으로 올려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생명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고객과 함께하는 경영취지에 부합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지급 규모는 올 초 일부 지급하겠다고 밝힌 금액을 포함해 모두 1천50억원이다.

지연이자 부분을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화생명은 공식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나 핀테크를 비롯한 신규 사업의 추진 중단과 일시적 영업정지로 인한 보험설계사들의 생계 위협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영업정지로 재해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을 못 팔 뿐 아니라 향후 3년간 신사업에 진출하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또 삼성생명마저 지급 쪽으로 입장을 바꿈에 따라 미지급 방침을 유일하게 고수한 한화생명 쪽으로 비난 여론이 몰릴 것이란 부담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이 이사회에서 지급방안을 최종 결정하면 대형 생보 3사 모두 이 사안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방침에 따르는 셈이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한화생명의 이같은 입장 변화가 금융당국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는 금융감독원장 전결 사안이지만 삼성·한화생명의 '백기 투항'으로 금융위원회의 결정 과정에서 수정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위는 이달 8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금감원의 제재안에 대해 의결할 것으로 보험업계는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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