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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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오는 15일 경영 복귀를 공식화한다. 그룹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 경연대회인 ‘CJ온리원페어’ 행사에서다.

이 회장은 작년 하반기 공채 신입사원 1700명과 전 계열사 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행사에 참석, 그룹의 미래 전략을 밝히는 방식으로 경영 복귀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에는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고위관계자는 1일 “이 회장의 적절한 복귀 시점과 방식을 고민해왔다”며 “외부 행사보다는 신입사원과 전 계열사 임원들이 모이는 내부 행사를 통해 복귀를 알리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왜 3월 신입사원 행사 택했나

이 회장의 경영 복귀는 2013년 6월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 4년 만이다. 이 회장은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았다가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작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 복권됐다. 이후 자택과 병원을 오가며 유전병 치료에 전념해왔다. 이젠 휠체어 없이 짧은 거리는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됐고 이식한 신장의 거부반응도 안정화됐다고 한다.

이재현 CJ회장, 4년 만에 전격 경영 복귀
이 회장은 치료 중에도 그룹 현안을 보고받고 직접 챙겨왔다. 지난 1월에는 지주사 소속의 ‘가치경영실’에 인력을 충원하고 회사 비전과 경영 전략을 전면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회장은 당초 4~5월께 복귀설이 유력했으나 한 달 이상 시기가 앞당겨졌다. 3월에 각 계열사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고, 사내 정기 행사도 있어서다. 굵직한 해외투자건 등 그룹 현안도 쌓여 있어 복귀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첫 공식행사인 CJ온리원페어는 2000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그룹 공채에 뽑힌 신입사원들이 입문 교육을 마치고 펼치는 아이디어 경연대회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원이 곧 회사의 미래라고 강조해온 만큼 ‘CJ의 미래들’ 앞에서 ‘CJ의 미래’를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조원 투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 회장 복귀 일정이 잡히면서 작년 말로 예정됐다 미뤄진 임원 인사도 곧 단행한다. 이번 인사는 이 회장 복귀에 앞서 대규모 투자 등을 위한 조직 정비 차원이라는 게 CJ 측의 설명이다. 계열사 사장 2~3명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핵심 측근인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부문장(부사장)과 허민회 CJ오쇼핑 대표(부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 부재중에 손경식 회장이 이끌던 경영위원회는 당분간 이 회장 주재로 유지된다. 지주사 (주)CJ의 조직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도 관심이다. 그는 작년 3월 임기가 끝난 (주)CJ와 CJ제일제당 등기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CJ그룹의 전 계열사는 이달 초 이사회를 열어 24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한다. 한 관계자는 “등기이사에 올라야만 경영 복귀는 아니다”며 “재선임이 안 돼도 현안을 챙기고 투자 결정을 내리며 경영을 직접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측은 이 회장 복귀 시점에 맞춰 인수합병(M&A)과 주요 행사 일정 등을 조율 중이다. CJ그룹은 2020년 매출 100조원 돌파를 목표로 공격적인 M&A를 추진 중이다. 작년에 31조원의 매출을 올린 CJ그룹은 올해 목표를 40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투자액도 사상 최대인 5조원 규모로 책정했다.

◆이미경 부회장 귀국설도 솔솔

이 회장 복귀가 임박하면서 이미경 부회장의 귀국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청와대 압력으로 물러났으니 언젠가 복귀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미국에 머물면서 이메일 등을 통해 CJ E&M의 주요 사업 보고를 수시로 받아왔다”며 “아직 구체적 일정은 없지만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