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왜&때문에]소주 광고, 왜 여자 모델만 있을까요
술집에 가면 벽면을 빼곡 채우고 있는 건 주류 포스터들이죠. 맥주와 소주, 과실주까지 온갖 주류 브랜드 광고가 가득합니다.

포스터 속에서는 늘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술 한 잔을 권합니다. 장동건과 이영애, 김태희가 그랬고 이효리와 신민아, 현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아이유와 설현, 수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죠.

주류 광고 모델을 살펴 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맥주 광고의 경우 남녀가 섞여 있거나 남자 모델 비중이 높은 데 비해 소주 광고에서는 남자 모델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처음처럼은 역대 모델 중 남자는 조인성 1명 뿐이었고 그나마 고준희와 커플로 등장했습니다.

참이슬도 2007년 태진아와 이루가 부자 모델로 출연했던 것을 제외하면 남자 모델이 주축이 된 적은 없었고요.

2000년대 후반 들어 문채원&유아인, 이유비&김영광, 공효진&이수혁 등 커플 모델을 쓰는 데 그쳤고 그나마 2014년부터는 아이유가 단독 모델 자리를 꿰차며 남자 모델 명맥이 끊겼죠.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왜 소주 광고에서는 여성 모델을 편애하나요.

한 소주회사 마케팅 담당자가 대답했습니다. 소주는 아직까지도 '남자의 술'이라는 거죠.

그간 저도수 소주, 과일 소주 등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 나오면서 소주를 찾는 여성도 늘었지만 아직 소주 소비층의 성비는 남녀 7:3 수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소비량으로 따져보면 격차는 더 커집니다. 1인당 음용량에서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현재 1인당 소주 음용 비중은 25~34세 남성이 가장 높습니다.

결국 소주 시장 최대 소비자인 20~30대 젊은 남성이 선호하는 여성 모델을 기용하는 게 가장 안전한 광고라는 판단을 내린 겁니다.

상대적으로 여성 비중이 높은 맥주 광고는 송중기, 하정우, 지드래곤 등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남자 스타가 출연하는 경우가 많고요.

2000년대 초반 두산주류의 '산 소주'는 최민수, 유오성, 장동건 등 남자 스타를 기용해 이색 마케팅에 나섰지만 시장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산 소주의 실패가 모델 탓만은 아니겠지만 일부 매장에서 여성 모델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급을 거부하기도 했다니 무시할 만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무작정 '인기 있는 여자 모델'을 쓰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모델이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참이슬 후레시는 맑고 깨끗함, 깔끔함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고수해 왔죠. 그래서 모델도 성유리, 이민정, 문채원, 아이유 등 순수한 이미지의 연예인을 주로 섭외했습니다.
[김아름의 왜&때문에]소주 광고, 왜 여자 모델만 있을까요
반면 처음처럼은 세련됨과 부드러움을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이에 고준희, 신민아, 수지로 이어지는 모델 라인을 완성했죠.
[김아름의 왜&때문에]소주 광고, 왜 여자 모델만 있을까요
두 브랜드의 최장수 모델을 봐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참이슬의 최장수 모델은 올해로 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이유입니다.

처음처럼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6년간 '흔들어'를 외쳤던 이효리가 최장수 모델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두 회사의 모델 선정에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10년 넘게 소주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해 온 백승선 롯데주류 마케팅팀장에게 모델 선정 기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무작정 톱스타를 모델로 쓴다고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모델이 가진 이미지가 맞아 떨어져야 하죠. 처음처럼은 세련됨과 부드러움, 참이슬은 깨끗함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맞는 모델 선정이 중요합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