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나에게 알맞는 만년필 선택법
만가지 매력 만년필 골라 쓰는 맛이 있다

생활을 지배하는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들이 눈을 돌리는 품목 중 하나가 만년필이다. “만 가지 매력이 있다”고 해서 만년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얼마 전만 해도 만년필은 결재 서류에 사인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쓰는 필기구란 인식이 많았다. 요즘에는 손글씨를 좋아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층이 등장하고 있다. 만년필에 대한 기초 상식과 목적에 맞는 만년필 선택 요령 등을 알아봤다.

만년필의 생명 ‘펜촉’

만가지 매력 만년필 골라 쓰는 맛이 있다

만년필의 생명은 닙(펜촉)에 있다. 촉의 소재와 크기, 굵기 등에 따라 필기감이 달라진다. 펜촉은 금, 스테인리스스틸 등으로 만든다.

몽블랑은 금과 이리듐 소재를 쓴다. 순수 금 소재로 만들면 지나치게 무뎌질 수 있기 때문에 펜촉의 끝은 단단하고 부식되지 않는 이리듐 소재를 사용한다. 딱딱한 필기감을 좋아하거나 힘줘서 글씨를 쓰는 사람이라면 단단하고 저렴한 스테인리스스틸 촉을 고르는 게 좋다. 오랜 시간 천천히 쓰는 스타일이면 골드 촉이 제격이다.

굵기도 중요하다. 글씨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장 가는 EF(Extra Fine)부터 시작해 F, M, B, OF, OB, OBB 순서로 굵어진다. 볼펜 같은 일반 필기구에 익숙해진 초보자들이 쓰기에는 EF가 좋다. 글씨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고 가볍게 쓸 수 있다. 너무 얇은 게 싫다면 F 촉을 고르면 된다. 만년필이 익숙해지면서 필기체를 흘려 쓰고 싶다면 중간 굵기의 M을, 굵고 명확한 서명을 하고 싶다면 B(Broad)를 고르면 된다. 만년필을 살짝 뉘어 캘리그라피용 글씨체를 만들고 싶다면 좀 더 굵은 OF(Oblique Fine) 촉을 권한다.
만가지 매력 만년필 골라 쓰는 맛이 있다

용도에 맞게 골라야

자신의 스타일을 알았다면 다음은 어떤 목적으로 쓸 것인지를 결정하고 만년필을 골라야 한다. 단순히 예뻐 보인다고 구입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 업무용으로 사용할지, 평소에 자주 쓸지를 고민한 뒤 주된 기능이나 디자인을 따져봐야 한다. 펜촉 굵기, 잡았을 때의 그립감 등은 직접 써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오랫동안 소장하기 위한 애장품으로 만년필을 구입하려면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다.

만년필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서양 학생들이 쓰는 ‘스쿨펜’ 만년필이 적당하다. 독일 라미의 ABC나 사파리, 펠리칸 펠리카노 등은 바른 글씨를 쓸 수 있게 잡는 위치가 정해져 있다. 가격도 2만~5만원 사이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만년필의 5대 메이커라는 파카, 워터맨, 펠리칸, 몽블랑, 쉐퍼가 무난하다. 브랜드별, 가격별로 다양한 제품군이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파이로트, 플래티넘, 세일러 등 일본 만년필은 한자를 쓸 수 있게 서양 만년필보다 촉이 가는 편이다. 이 밖에 독일 브랜드 라미, 파버카스텔 같은 브랜드도 있다. 10만원 안팎으로도 평소에 쓸 만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
만가지 매력 만년필 골라 쓰는 맛이 있다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글씨의 굵기를 바꿔 가며 쓸 수 있는 촉을 추천한다. 굵은 펜촉은 가로로 그었을 때는 가는 선을, 세로로 그었을 때는 두꺼운 선을 표현할 수 있다. 라미, 로트링, 쉐퍼, 파카, 워터맨 등의 브랜드에서는 캘리그라피용 펜촉을 따로 팔고 있다. 이들 브랜드에는 4만~6만원대의 입문자용 만년필도 있다. 펜촉과 잉크 카트리지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몽블랑의 OB, OA, OM 촉이 달린 만년필도 캘리그라피용으로 활용할 만큼 굵기가 적당하다. 가격은 100만원 안팎부터 수백만원짜리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간단한 메모용으로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르그랑’ 제품이 스테디셀러다. 블랙 레진에 레드골드 장식, 14K 골드 펜촉으로 제작했다. 그립감이 적당하고 가볍기 때문에 빠르게 글씨를 쓸 수 있다.

서명용으로 가장 인기 있는 펜은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9’를 꼽을 수 있다. 1924년 처음 출시된 뒤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만년필이다. 몽블랑 애호가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대통령 등 수없이 많다. 그립감이 묵직하고 부드럽게 써내려갈 수 있다.

나만의 펜촉을 갖고 싶은 만년필 마니아라면 몽블랑의 비스포크 닙 서비스처럼 맞춤 제작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가격은 비싼 편이지만 자신의 필기 스타일, 원하는 펜촉의 굵기, 뉘어 쓰는 각도의 특징 등을 분석해 최적의 펜촉을 골드 소재로 제작해준다.

사용할 때 주의사항

만년필은 백화점 대형서점에 있는 만년필 전문매장에서 사는 게 가장 무난하다. 남대문 수입상가에서도 다양한 만년필을 판다. 저렴하게 사려면 온라인 매장을 선택하면 된다.

만년필을 사용할 때도 생각할 게 많다. 우선 잉크를 배럴에 주입할 때는 잉크를 가득 채운 뒤 6~8방울의 잉크를 떨어뜨려 줘야 한다. 공기가 들고나는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야 평소에 잉크가 새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잉크도 선택해야 한다. 묽은 잉크는 다소 두꺼운 글씨가 나와 잉크를 고를 때 미리 정보를 알아두면 좋다. 기존에 쓰던 잉크를 바꾸고 싶다면 만년필을 섭씨 35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잘 씻어내고 사용한다. 오랫동안 쓰지 않는다면 잉크를 비워내고 보관해야 한다. 잉크가 속에서 말라 글씨가 잘 나오지 않으면 미지근한 물에 한나절 담가 잉크 찌꺼기를 빼고 다시 쓰는 게 좋다.

민지혜/박상익 기자 spop@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