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 111.17
지난 1년간 원화 실제가치 2.8% 올라 61개국 중 15위

원화절상의 원인은
저유가로 무역흑자 늘어 EU·일본 등 통화완화도 영향
4월 미국 환율보고서 발표까지 원화강세 행진 계속될 듯
원화 강세가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요국 통화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은 지난 1년간 원화의 실제 가치는 오히려 올랐다. 절상폭은 주요 61개국 가운데 15번째로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 등 대미흑자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원화가 더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에 악재로 꼽힌다.
[실질 원화가치 금융위기 후 최고] 원화, 일본·독일·대만보다 고평가…"환율조작국 지정 근거 약해졌다"

위안·엔보다 비싸진 원화

19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111.17로 전년 동월(108.11)보다 2.8% 올랐다. 2010년 100을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6년간 원화의 실제 가치가 11.17% 오른 셈이다.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물가와 교역 흐름을 감안해 각국 통화가 얼마나 절상 또는 절하됐나 보여준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1182원20전으로 전년 동월(1203원80전)에 비해 21원60전 하락했다. 미국 달러와 비교하면 원화가치가 1.8% 올랐다. 실질실효환율로 계산한 원화 절상률이 2.8%로 더 높은 것은 비교 대상이 61개국으로 많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원화보다 저평가된 통화가 많았다는 의미다.

원화 절상률은 베네수엘라(58.4%) 러시아(36.2%) 브라질(30.7%) 등에 이어 61개국 가운데 15번째로 높았다.

이 기간 중국(-4.9%) 독일(-0.6%)의 통화가치는 하락했고 일본 엔화(2.0%)의 절상률은 한국보다 낮았다.

불황형 흑자가 문제

원화가치를 고평가로 이끈 것은 경상 흑자다. 2년 넘게 저유가가 이어지자 석유제품 수입이 많은 한국은 무역흑자가 계속됐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986억7000만달러로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다. 저출산 고령화로 가계가 지출을 줄이고 있어 이 같은 흑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이 금융완화 정책을 쓰면서 원화의 상대적 가치는 더 올랐다.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아베 신조 정부의 막대한 돈풀기 정책으로 2010년 대비 24% 급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로 독일의 통화가치는 6.1% 절하됐다.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외환당국도 뾰족한 수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일본 독일 등에 대해 ‘수출을 위해 자국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다(환율 조작)’며 비난하고 있다. 대미 흑자를 내는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환율조작 근거 없다’

당장 오는 4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작년 10월 환율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독일 일본 대만 스위스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올려놨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파격적인 행보를 감안할 때 관련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며 “4월 환율보고서 작성 전까지는 당국의 시장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원화 강세에 이 같은 관측 또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BIS가 분석한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은 중요한 근거다.

전문가들은 4월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환율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원화 강세가 불가피했지만 2분기엔 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실질실효환율

교역 상대국과의 교역량과 물가변동을 반영해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환율.

외국 돈에 대한 우리나라 돈의 상대가치를 보여주는 ‘명목환율’과는 다른 개념이다. 실질실효환율이 100 이상이면 자국 통화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