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상하부에 민간 시설 건설이 가능해지면서 지하화를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 구간 일대 아파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단지 옆을 지나는 서초동 무지개·신동아 아파트. 한경DB
도로 상하부에 민간 시설 건설이 가능해지면서 지하화를 추진 중인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 구간 일대 아파트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단지 옆을 지나는 서초동 무지개·신동아 아파트. 한경DB
지난 18일 찾은 서울 서초동 서초래미안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경부고속도로 한남IC(나들목)~양재IC 구간(6.4㎞) 지하화 사업과 관련한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김모 S공인중개 대표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이라며 “(이 사업과 관련해)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2019년까지 도로 상하부에 주택과 백화점 등 민간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한남IC~양재IC 구간 인근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잠원·반포·서초동 호재

'경부고속도로 민자 지하화' 법 근거 마련에 잠원·서초·반포 주택시장 또다시 '들썩'
시장 움직임이 감지되는 대표적인 곳은 잠원동과 서초동 일대다. 이곳은 교통과 교육 여건 등 주거환경은 좋지만 경부고속도로가 인근 지상으로 지나가는 탓에 부동산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역을 관통하는 경부고속도로로 동이 단절되고 소음과 먼지 문제도 적지 않다.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 구간 지하화가 이뤄지면 서울 여의도공원 2.5배(60만㎡) 면적의 지상 부지에 기업 연구개발센터와 백화점, 문화시설, 공원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경부고속도로 좌우로 늘어선 잠원동과 서초동 일대 아파트에서는 이들 시설을 모두 걸어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재건축이 잇따라 추진 중이어서 고속도로 지하화가 성사된다면 부동산 가치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포IC 인근에서 분양한 ‘서초푸르지오써밋’(서초 삼호1차 재건축)과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삼호가든 4차) ‘반포래미안아이파크’(서초 한양)는 일반분양이 끝나고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삼호가든 3차는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서초IC 인근에서도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다. ‘서초 무지개’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재건축 이주에 들어간다. 무지개와 맞닿은 ‘서초 신동아’도 이달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오는 5~6월께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2390가구로 서초동 일대 최대 단지인 삼풍아파트도 내년 입주 30년을 맞아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잠원IC 옆 신반포 10~12차도 나란히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신산업 규제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도로 위 및 지하 공간을 민간이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 공간 입체적 활용을 위한 미래도시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도로 위와 지하는 국공유지 개념으로 공적 개발만 허용하고 민간 개발은 제한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도로법을 개정하고 내년에 입체도로개발지침 등을 제정할 방침이다.

◆공사비 조달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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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본 유치 규제는 풀렸지만 3조원을 웃도는 막대한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 한남IC~양재IC 구간 지하화 공사비는 지하 도로 건설(2조6757억원)과 지상 녹지 조성(1715억원), 운영비(3485억원) 등을 합쳐 3조3159억원에 달한다.

서초구는 지상으로 바뀌는 반포·서초·양재IC 부지 민간 매각금(2조7004억원)과 강남역 인근 롯데칠성·코오롱 부지와 강남고속터미널 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금(2조6385억원) 등으로 5조3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공기여금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곳에만 활용이 가능하고 고속도로 지상부지 매각금액은 부동산 경기 여건에 따라 편차가 큰 만큼 사업비 확보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삼성동 현대차그룹 신사옥 공공기여금 활용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롯데칠성 등 대규모 부지 개발도 서울시의 인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서울시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지하화 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