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 비타민] 주관적 비관론
작년 말 발표된 한 여론조사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미래를 어둡게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2017년 집안 살림살이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11%만이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66개국 가운데 꼴등이었다.

이번주 비타민 커버스토리(4~5면)의 주제는 ‘주관적 비관론’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하는 한국은 ‘답이 없는 나라’다.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중산층은 무너지고 있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하지만 경제지표는 사뭇 다른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달 수출은 석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기가 나쁘다지만 설연휴 때는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는 여객 인원이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제적 신용평가사가 보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S&P), ‘Aa2’(무디스)로 각각 세계 5위, 6위다.

자기비하적인 비관론이 문제일 수 있다고 비타민은 지적한다. 사람들이 비관론에 끌리는 것은 본성에 가깝다. 마치 뭔가를 고뇌하고 생각해 얘기하는 것 같은 비관론은 아무 고민도 없이 그저 잘될 것이라 믿고 있는 듯한 낙관론에 비해 지적 매력도가 훨씬 높다.

비관론이 사람들에게 더 잘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또 있다. 사람들은 낙관론을 믿고 있다가 손실을 보는 것이 두렵고, 그래서 비관론을 따르며 손실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고 싶어 한다. 미국의 인기 투자정보 사이트인 모틀리풀은 ‘왜 비관주의가 더 현명해 보일까’라는 보고서에서 “강세론은 분별없는 치어리더의 응원 소리처럼 들리는 반면, 약세론은 예리한 지성의 목소리처럼 들린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언론과 소위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비관론을 확대 재생산한다. 영국 산업혁명 때도 경제 비관론이 팽배했다고 한다. 경제는 심리다.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한국 경제가 달렸다고 비타민은 강조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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