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 세단 1위 자리를 놓고 각사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르노삼성 SM6와 쉐보레 말리부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 더 이상 현대차 쏘나타가 시장 1위가 아니라며 신경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14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가장 많이 신규 등록된 중형 세단은 쏘나타다. 올해 첫 달 6,641대가 등록됐다. 이어 SM6가 5,957대, 말리부가 5,102대, K5는 2,956대 순이다. 오랜 시간 중형 세단 시장의 왕좌를 지켜온 쏘나타가 간신히 체면치레를 한 모습이다. 최근 6개월 간(2016년8월~2017년1월)의 내수 판매 역시 쏘나타(3만5643대)가 앞선다. SM6(2만9,239대)와 말리부(2만2,921대)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K5(1만8,457대)는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그러나 유종 간 등록추이를 살펴보면 내수 중형세단 시장이 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단 점이 분명해진다. 같은 기간 택시와 렌터카 수요가 많은 LPG 부문을 제외하면 SM6(2만4,159대)가 1위, 말리부(2만2,921대)가 2위로 치고 올라온다. 쏘나타(1만6,839대)와 K5(1만268대)가 하위권으로 쳐진다. 르노삼성이 "SM6가 영업용을 제외한 일반 중형 승용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말하는 근거다.

중형 세단의 가장 큰 전쟁터인 휘발유 부문에선 말리부(2만2,707대)가 선두에 나선다. SM6(1만9,709대) 역시 쏘나타(1만2,884대)와 K5(7,855대)를 앞질렀다. 한국지엠은 신형 말리부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6월 이후 '가솔린 중형 세단 판매 1위'를 줄곧 마케팅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디젤 열풍이 다소 꺾인 상황이지만 SM6(4,450대)가 쏘나타(1,206대)와 K5(989대)를 제치고 국산 디젤 중형 세단 1위를 차지한 점도 눈에 띈다. 하이브리드는 쏘나타(2,749대)가 K5(1,424대) 및 말리부(213대)와 상당한 격차로 1위를 수성했다.

지난해 불거진 국산 중형 세단 경쟁은 올해 2라운드로 돌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SM6와 말리부 등 상품성 높은 신차들이 경쟁을 주도했다면, 올해 3월 현대차가 쏘나타 부분변경을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쏘나타 부분변경은 앞뒤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고 상품성을 개선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전면부의 경우 신형 i30에 적용했던 캐스케이드 그릴로 신규 패밀리룩을 강조할 전망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일반 소비자 선호 1위'를 강조하는 이유도 출시를 앞둔 쏘나타 부분경쟁에 대한 강한 의식 때문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SM6와 말리부가 각각 지난해 3월과 5월 출시, 올해는 더 이상 신차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인 것. 여기에 쏘나타 부분변경은 현대차가 두 신차의 집중 포화를 견딘 후 출시하는 첫 신차인 만큼 공격적으로 가격을 책정하거나 강력한 프로모션을 제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역으로 르노삼성이 택시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렌터카용으로 SM6 LPG 제품군을 보유한 만큼 택시 트림 투입 여부를 발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역시 SM6 택시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쏘나타 부분변경에 대응하고 말리부와 전체 판매 격차를 벌리기 위해 르노삼성차가 SM6 택시란 카드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다만 르노삼성은 부산 공장의 생산 여력, 법인 택시 시장 대차 수요, 기존 SM6 구매자들의 부정적인 인식 등을 고려해 택시 도입을 서두르진 않겠단 입장이다.

박재용 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 소장은 "국내 중형세단 시장에 연이어 경쟁력 있는 신차들이 투입되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건 소비자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라며 "'판매 1위'라는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각 제품 및 유종별 판매 추이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먼저 읽고 제품에 발 빠르게 반영하는 회사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젤은 SM6, 가솔린은 말리부', 진짜 중형 세단 1위는?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