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18개 주요 자동차 제작사의 최고경영자들이 2025년까지 적용되는 환경기준을 재검토해달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GM과 포드, 파이트 크라이슬러 등의 CEO는 지난 10일 편지에서 오바마 정부가 이 기준 검토 절차를 부당하게 단축했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고 블룸버그가 12일 보도했다.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혼다, 현대, 닛산 등도 18개 업체에 포함됐다.

지난 2011년 자동차 회사들은 2025년까지 평균 연비를 갤런당 50마일로 향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오바마 정부의 환경정책 가운데 주요 성과로 꼽힌다. 이 합의에 따라 환경보호청(EPA)은 2022∼2025 연식 차량의 배출 기준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2018년 4월까지 중간 검토를 해야 했다. 그러나 환경청은 시한을 1년 넘게 앞두고 트럼프가 취임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 중간 검토를 마쳤다.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변경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환경청의 결론이다.

완성차업체들은 휘발유 가격이 싸져 연비가 뛰어난 차량의 수요가 억제됐기 때문에 기준 달성이 더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회사는 편지에서 "소비자의 기호와 시장의 현실을 무시하면 구매자의 비용이 늘어나고 수십만명, 많게는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들은 이번 결정이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바꾸지 못하도록 트럼프 취임 전에 못 박은 정치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차제작자연합의 글로리아 버퀴스트는 이번 편지에 대해 "단축된 절차를 회복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의 롤랜드 황은 "상식적인 연비와 오염 기준을 약화하려는 자동차 회사들의 첫 움직임"이라면서 "운전자들의 연료비 부담이 늘고 친환경차 기술 투자와 관련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와 GM,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CEO는 지난달 24일 트럼프를 만났을 때도 환경기준 문제를 제기했었다. 트럼프는 미국에 더 많은 공장을 건설하면 규제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스콧 프루이트 환경청장 지명자도 상원 청문회에서 오바마 정부의 결정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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