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낮춘다…신탁산업 개선 위한 첫 관계부처 합동회의
불특정금전신탁·수탁재산 집합운용은 불허 방침


정부가 고령화로 수요가 늘고 있는 '신탁'을 종합자산관리 수단으로 키우기 위한 신탁업법 제정작업에 착수했다.

2009년 자본시장법에 통합된 신탁업법이 8년 만에 다시 분리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법무부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탁산업 개선을 위한 첫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신탁(信託)은 '믿고 맡긴다'는 뜻으로 고객이 자신의 재산을 맡기면 신탁회사가 일정 기간 운용·관리해주는 서비스다.

미국·일본에서는 신탁이 세대 간 부(富) 이전, 기업자산의 관리·운용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국내 신탁은 금융회사가 다른 업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만 이용돼왔다.

국내 재산신탁 규모는 344조원이다.

그러나 금전채권, 부동산담보신탁 등 단순 보관업무를 제외하면 규모가 71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탁에 맡길 수 있는 재산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신탁업 인가 기준을 낮춰 로펌·병원도 신탁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5월까지 4개월간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뒤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신탁업법'을 마련,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빠르게 제정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신탁업법을 다시 분리하기로 한 것은 신탁이 자본시장법에 묶이면서 여러 재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보관·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신탁이 지금처럼 금융사들의 경쟁적 상품 판매 수단이 아니라 외국처럼 신탁 본연의 종합재산관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탁업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불특정금전신탁의 경우 금융권 간 유·불리에 따라 이해대립이 첨예한데다 판매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쟁이 생길 우려가 있어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권은 고객자산관리 강화 차원에서 계속해서 불특정금전신탁 부활을 주장해왔다.

반면 은행권 불특정금전신탁이 허용될 경우 펀드 고객의 이탈 위험이 있는 금융투자업계는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불특정금전신탁은 어디에 투자할지 미리 특정하지 않고 신탁회사가 돈을 맡아 알아서 투자하는 상품으로, 2004년부터 신규 판매가 금지됐다.

펀드와 같은 개념으로 여러 사람의 수탁재산을 모아 한꺼번에 운용하는 집합운용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