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재 기자 ] 새해 벽두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차에 대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주인공은 중한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이다. 중국산 승용차의 첫 한국 판매라는 점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고 트림인 켄보 600 럭셔리(2099만원) 모델을 타고 지난 3일 인천 도심과 외곽 도로를 달려봤다. 넓은 실내공간과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편의사양에서 중국산(産) 차량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주무기로 내세운 켄보 600을 보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정말 크다'였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체가 크다. 길이가 4695㎜, 너비가 1840㎜, 높이가 1685㎜다.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투싼의 중간 크기 정도다. 그럼에도 가격은 투싼 1.6L 가솔린 모델(2240만~2545만원)보다 최대 500만원가량 싸다.

차량 외관을 보니 전면부에 크롬 소재를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을 넣어 강한 이미지가 느껴진다. 다만 렉서스 특유의 '스핀들 그릴'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제논 헤드라이트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방향지시등도 달았다. 측면부에는 에어덕트 그릴과 크롬 몰딩을 적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줬다.

운전석에 오르니 실내는 간결하게 구성됐다. 각종 버튼은 센터페시아(오디오와 공기조절장치 등이 있는 가운데 부분) 상단과 핸들에 구분돼 있어 쉽게 조작하기 간편했다. 또 운전석과 조수석에 전동 시트가 달려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누르는 느낌이 가볍고 센터페시아와 버튼 소재는 다소 저렴해 보인다. 앞좌석 센터콘솔을 제외하고 별다른 수납공간이 없는 점도 아쉽다. 특히 내부마감이 꼼꼼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 키를 넣고 시동을 거는 곳은 플라스틱으로 막혀있다. 이러한 마감은 단차 등 외관에서도 나타난다.

뒷좌석은 동승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앞좌석을 뒤로 끝까지 밀어도 레그룸(발을 놓는 공간)이 넉넉하다. 180cm가 넘는 건장한 체구의 남성 두 명이 앞뒤로 앉아도 무릎이 앞좌석에 닿지 않는다. 바닥도 평평하고 리클라이닝 시트가 있어 어른 3명이 앉기에 불편함이 없다. 가운데 좌석도 3점식 안전벨트를 적용했다.

시승하는 동안 동승자들은 중국산 차량 승차감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다며 싼 가격까지 고려하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차량 자세 제어장치와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 차선 이탈 경고, 타이어 공기압 자동감지 시스템, 후방카메라,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키, 웰컴 시스템 등도 포함돼 있다.

주행 성능은 매끄러웠다. 시내 도로를 달리면서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그러나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몸집이 버겁게 느껴진다. 시속 60㎞에서 80㎞로 올라가는 구간이 더디다.

풍절음(바람이 차를 긁고 가는 소음)보다 더 큰 엔진 소음은 단점이다. 운전석 앞쪽부터 날카로운 소음이 차 안으로 들어와 거슬렸다. 가솔린 모델임에도 디젤을 타는 착각이 들 정도다. 언덕길을 출발할 때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야 경사로 밀림방지 장치가 해제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켄보 600은 중국자동차안전도평가 충돌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47마력, 최대 토크 21.9kg.m을 낸다. 복합연비는 9.7km/L다. 모던 럭셔리 두 가지 트림으로 구성된 켄보600의 가격은 각각 1999만원, 2099만원이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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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문승호 한경닷컴 기자 w_moon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