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데이비슨 노사 만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정원에서 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의 매슈 레바티치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노동조합 지도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할리데이비슨 노사 만난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정원에서 미국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의 매슈 레바티치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노동조합 지도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생큐, 삼성.”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싶다”는 글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싶다”는 글을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삼성전자는 3일 새벽부터 바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삼성이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를 보고 고맙다는 트윗을 날려서다. 미국 공장 신설을 신중히 검토해온 삼성은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트럼프의 트윗에 부인도, 긍정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투자, 일자리 창출 등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미국 사업 비중이 큰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등도 투자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멕시코 등에 비해 인건비가 6~8배 비싼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지속 가능할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삼성, 미국 가전공장 신설 확정

[커지는 미국 투자 압박] 미국 가전공장 추진에 트럼프 "생큐, 삼성"…현대차·LG도 고심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새벽(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고마워요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Thank you, @samsung! We would love to have you!)’라고 썼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Axios)를 보고 트윗한 것이다. 이 매체는 전날 로이터가 쓴 기사를 전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로이터의 취재에 ‘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게 없다’고 답했는데, 기사가 떴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까지 날렸다”고 난감해했다.

트럼프는 작년 12월 구글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장을 불러 연 테크서밋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초청하는 등 삼성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미주 매출 비중이 32%(2016년 기준)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을 사실상 결정하고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 파는 TV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냉장고 등 가전은 멕시코 게레타로에서 생산해 트럼프 정부가 국경조정세를 매긴다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공장 건설 시점, 부지 선정 등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며 “노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등 남부 지역이 유력하지만 중부 러스트벨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인건비와 제조 여건, 물류비 등을 감안할 때 미국 남부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주정부에서 투자 인센티브를 받아내 원가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텍사스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에 올 상반기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지난해 인수한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의 로스앤젤레스(LA) 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LG전자, 뉴저지 사옥 착공

미국 투자 확대는 삼성만의 고민이 아니다. 현대·기아차는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지난 5년간 미국에 투자한 규모보다 10억달러가량 많은 액수다.

하지만 여기엔 연구개발(R&D)과 기존 생산시설 개선 투자만 포함돼 있을 뿐 신규 공장 건립은 빠져 있다. 현재 이 회사는 연간 미국 판매량 140만대 중 절반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연산 37만대 규모)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연산 34만대)에서 생산해서 팔고, 절반은 국내에서 수출하고 있다.

미국 시장 수요에 따라 공장 신설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아차는 또 작년 9월 멕시코에 신규 공장을 완공해 새 공장을 짓기 어렵다. 미국 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수요가 늘어나는 곳이 아니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LG전자도 가전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초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며 “올 상반기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후보지로는 테네시주 등 한두 곳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또 미주 사옥을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스에 짓기로 하고 오는 7일 착공식을 한다. 2019년 완공하는 새 사옥은 1만㎡ 부지에 북관(5층), 남관(3층), 아트리움(3층) 등 세 동의 빌딩으로 지어지며 1000명 이상이 일하게 된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