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텍, 자동차 용접용 너트 日 얀마 납품 눈앞
한국 강소 제조기업 일본에 적극 알려야

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내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프론텍 1공장. 축구장 하나 크기만 한 커다란 공장 안에는 자동차 용접용 너트를 생산하는 기계들이 '똑똑 딱딱' 규칙적인 기계음을 내며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름 3cm 굵기의 원형 철근이 기계 안으로 밀려들어가는 순간 금형에 압축 힘이 작용(냉간 단조)해 너트 모양의 반제품이 척척 만들어져 나왔다. 원통형의 중간 저장소에서 기름기가 제거된 반제품은 컨베어벨트를 타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 순식간에 안쪽에 나선형의 홈이 파인 완제품으로 변신했다.

무게와 모양, 청결도 등을 측정하는 최첨단 센서들이 장착된 마지막 검수 공정을 거친 용접용 너트들은 투명한 포장지에 쌓여 최종 목적지인 자동차 공장 운송을 기다렸다. 크기에 따라 1개당 6~70원에 납품되는 용접용 너트는 기계 1대에서 1분당 300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프론텍이 생산하는 자동차 용접용 너트

프론텍이 생산하는 자동차 용접용 너트

용접용 너트는 자동차 차체(섀시)에 용접돼 각종 부품과 내장재들을 고정하는데 이용된다.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너트 모양에 용접돌기가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전기용접 로봇이 이 너트의 용접돌기를 녹여 차체에 붙인다. 오차 없이 정밀하게 용접돼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자동차 한 대에는 수백개의 용접용 너트가 들어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지만 안전과 직결돼 있는 아주 중요한 부품이다.

◆ '용접용 너트' 첫 일본 수출 눈앞

1978년 설립된 프론텍은 현대·기아차(80,700 +0.62%) 1차 협력업체로, 용접용 너트와 자동차용 공구를 납품하고 있다. 이 프론텍의 용접용 너트가 일본의 대표적인 중장비 기업인 '얀마' 계열사에 납품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여 종류의 용접용 너트를 만들고 있는 프론텍은 국내를 넘어 전통 제조기업 강국 일본에 수출된다는 사실에 다소 흥분된 상태였다. 프론텍의 용접용 너트는 이르면 내달 중으로 일본행 화물선박에 실릴 예정이다.

국내 기업인 삼진정공과 풍강 등도 자동차용 볼트와 너트류를 수출하고 있지만 일반 너트가 아닌 차량용 용접 너트의 일본 수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론텍의 용접용 너트는 얀마의 농기계 제조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프론텍의 용접용 너트가 일본 기업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과 제품생산 공정의 스마트 혁신이었다.

얀마는 지난해 11월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을 통해 한국 부품회사 현장탐방을 타진했다. 특별한 행사가 아닌 일상적인 공장투어였지만, 기업공개를 꺼리는 다른 기업들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프론텍은 달랐다. 외부인들에게 공장을 공개하면 개선점이 발견되고 이는 혁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철학에서다.

회사 소개 직후 직접 공장을 둘러보고 돌아온 탐방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단계 아래로 얕잡아봤던 한국 전통 제조기업의 기술력에 한번 놀라고, 생산공정을 스마트 시스템으로 바꿔 혁신한 점에 또다시 감탄했다. 얀마에 자동차 용접용 너트 생산기업을 이어주는 상사 관계자는 그 자리에서 프론텍에 일본 수출을 제안했다.

프론텍이 일찍이 용접용 너트 생산 공정에 전자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마지막 검수작업용 센서를 직접 개발하는 등 스마트 공정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얀마는 그간 용접용 너트를 공급받아온 일본기업이 용접 로봇에 너트를 넣어주는 자동 공급장치에서 매번 걸리는 에러가 발생해 협력사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프론텍이 생산하는 용접용 너트의 기술 경쟁력은 뭘까. 프론텍의 용접용 너트는 정밀도 면에서 탁월하다. 자동 전기용접 로봇이 차체에 녹여 붙이는 너트 용접돌기의 정밀성을 높인 것이 프론텍 만의 노하우다. 너트의 안쪽에 있는 홈을 전조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일본에서는 일반화 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프론텍이 유일하다.

반제품 너트의 중앙 부분에 탭(너트 안쪽에 나선형 홈을 생성하는 부품)을 돌려 홈을 만들어내는 절삭방식에 비해 전조방식은 재료에 손상을 입히지 않고 홈을 밀어내면서 만든다. 절삭방식은 탭이 회전하면서 깎아내는 방식이어서 재료 손실이 많은 반면 전조방식은 재료를 밀어올리면서 홈을 만드는 방식이어서 홈이 더욱 강하고 재료 손실이 전혀 없다는 강점이 있다.

◆ "등잔 밑이 어둡다"...일본, 한국기업 우수성 제대로 몰라

얀마 관계자는 이러한 프론텍의 기술력과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한 제조공정에 반했다. 전통제조기업 최대 강국인 일본 기업 못지않은 기술력과 일본기업보다 오히려 더 혁신적인 제조공정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얀마 탐방단은 또한 한국의 제조기업 수준을 제대로 알게 된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고 한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점이 있는데도 그동안 제조원가가 비교적 싼 동남아나 중국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는 것. 프론텍의 일본 수출은 한국 전통제조기업의 우수성을 일본에 널리 알리는 동시에 제2의 프론텍이 탄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인 프론텍이 경쟁사인 일본 기업에 납품하는 것에 우려가 있을법해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노(NO)'였다. 현대차(224,000 +0.22%)그룹도 1차 협력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것. 협력사들도 경쟁을 하면 할수록 기술력이 높아진다는 확신 때문이다.

민수홍 프론텍 사장

민수홍 프론텍 사장

민수홍 프론텍 대표(44)는 "전통제조업 강자 일본으로부터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면서 "우리만의 기술력과 여기에 제조공정을 혁신한 것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또 "의외로 일본기업들이 한국기업들의 우수성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워 물류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인 만큼 우리 기업을 일본에 제대로 알리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영상=문승호 한경닷컴 PD w_moon91@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