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대우→중국 상하이차→법정관리→옥쇄파업→인도 마힌드라→흑자전환

주인 7번 바뀐 우여곡절 대명사
750명 연구원 42개월간 매달려 티볼리 독자 개발…판매 효자로
7년째 무분규 임단협 '노사합심'

최종식 사장 "자신감 회복했다"
5월께 렉스턴 후속 모델 출시
3년 안에 영업이익률 5%대로
대하드라마 '쌍용의 눈물' 끝…"SUV 명가재건에 감회 젖을 시간 없다"

“이제 쌍용자동차가 완전히 살아난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기자가 22일 최종식 쌍용차 사장(사진)을 만나 던진 질문이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감회에 젖은 듯 “쌍용차가 지난해 어느 정도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9년 만의 흑자전환”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정말 힘들고 긴 시간을 잘 버텨냈다”고도 했다.

매각과 법정관리, 눈물의 구조조정

쌍용차가 걸어온 길을 놓고 최 사장은 “한 편의 대하 드라마 같다”고 했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얘기다.

쌍용차의 모태는 1954년 설립된 하동환자동차제작소다. 1972년 동아자동차로 사명을 변경한 뒤 1986년 쌍용그룹에 인수되면서 1988년 쌍용차로 새출발했다. 당시 대표 모델은 코란도훼미리였다.
대하드라마 '쌍용의 눈물' 끝…"SUV 명가재건에 감회 젖을 시간 없다"

승승장구하던 쌍용차는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며 흔들렸다. 쌍용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1998년 대우그룹에 넘어갔다. 1999년에는 대우그룹마저 해체돼 쌍용차는 2000년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다시 팔렸지만 내리막길을 피할 수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듬해인 2009년 상하이차는 법원에 쌍용차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버렸다’는 ‘먹튀’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당시 뼈를 깎는 눈물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1900여명이 희망퇴직했고, 450여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이때 77일간 ‘옥쇄파업’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0년 주인이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 바뀌면서 회생의 기미가 싹트기 시작했다. 같은 해 현대자동차에서 해외영업을 맡았던 최 사장이 영업부문장(당시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쌍용차는 신차 개발에 속도를 냈다. 최 사장은 “주인이 일곱 번 바뀌었을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자신감을 회복해 브랜드 가치를 되살리고 노사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최 사장이 2015년 초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쌍용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부활의 신호탄은 그해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였다. 그는 “티볼리는 회사 생존을 위해 모든 걸 건 차였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티볼리 연구개발(R&D)에 42개월간 3500억원을 쏟아부었다. 최 사장의 바람대로 티볼리는 효자였다. 지난해에만 5만6935대(티볼리 에어 포함)가 팔렸다.

부활의 밑거름 된 노사 화합과 자부심

쌍용차의 부활을 이끈 일등공신은 티볼리뿐만은 아니다. 최 사장은 노사 협력을 들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7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매년 파업을 반복하는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최 사장은 “옥쇄파업 사태 이후 일반 조합원 사이에서 ‘회사를 살려야만 다같이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회사를 떠난 직원들을 복직시키기로 2015년 노사 합의를 이뤄낸 뒤 신규 채용 수요가 생길 때마다 신입 40%, 희망퇴직자 30%, 해고자 30% 비율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난 속에서도 신차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온 것도 부활 요인 중 하나다. 최 사장은 “회사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을 때도 750명가량의 연구개발 인력만은 내보내지 않았다”며 “이들이 코란도C와 티볼리를 만들어내 회사를 떠받쳤다”고 말했다. SUV 분야에선 현대·기아자동차에 뒤지지 않는 엔지니어의 실력과 자부심도 회생의 밑거름이 됐다.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안정적 투자와 지원도 회사를 살린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마힌드라가 지금까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신차 개발과 마케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최 사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다시 영업이익을 냈다는 감회에 젖을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3년 안에 영업이익률 5%를 내는 제조업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티볼리와 함께 오는 5월 나오는 렉스턴 후속 모델 Y400을 앞세워 올해 17만대를 팔겠다”며 “현재 60% 수준인 평택공장 가동률도 조만간 80%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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