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실의 고객을 사로잡는 에너지 매혹 <9> 감정노동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CEO
도깨비 같은 갑질고객 때문에 상처받는 감정노동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CEO

비닐 팩으로 된 한우 꽃등심을 환불해달라는 고객을 보며 직원이 당황해한다. 뜯어진 비닐백 속에 반쯤 텅 빈 공간을 보니 이미 고객이 고기의 반을 다 먹어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떤 불편함이 있으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미소를 유지하며 정중하게 묻자 고객이 당연한 듯 하는 대답은 “고기가 육즙도 좋고 식감도 좋은데 갑자기 제 분수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환불해주세요!” 우연히 본 TV 드라마의 내용이다.

20년 넘게 고객 서비스를 강조하면서 강의 및 컨설팅을 해왔지만 도깨비처럼 불쑥 나타나 지나친 갑질 고객이나 블랙컨슈머(기업 등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제품을 구매한 후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자)에게는 단호한 입장이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스마일 마스크 속의 감정노동자들은 가끔 막무가내 고객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감정노동을 감성행동으로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이 악화된 감정을 다른 사람, 즉 내부 직원이나 외부 고객들에게 풀어버리면서 감정의 악순환 채널이 생기고 결국은 조직의 문화를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윤 창출이 목적인 회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고객을 겸손하게 만드는 고객서비스 시스템을 만든 스마트한 CEO

항공사가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배정해주지 않았고 식사 서비스가 형편없었다는 등 사실이 아닌 항의를 끊임없이 하는 갑질 고객이 있었다. 이 회사의 고객관리팀은 그 갑질 고객의 메일을 처리하기 위해 귀한 시간들을 허비해야 했다. 근거 없이 계속된 항의에 문제의식을 느낀 고객관리팀은 그 갑질 고객의 메일을 모아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지에 대해 당시 CEO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CEO의 답변은 무척 간단하고 의외였다.

“고객님이 그리울 겁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그렇다. 고객을 단호하게 떠나보낸 것이다. 그 메일을 쓴 CEO는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켈러허였다. 그는 고객 서비스를 회사 경영에서 무척 중요시하는 인물이다.

‘자연스럽게 내부 직원들에게 겸손한 고객을 만드는 시스템’은 누구나 원할 것이다. 그런데 너무 어려울 것 같고, 막연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사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직원에게 커피를 친절하게 주문하면 고객이 돈 벌게 하는 똑똑한 시스템

예를 들어, 프랑스 남부 니스리비에라 지역의 ‘쁘디쉬라’는 한 카페의 메뉴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주세요’라고 말하면 1.40유로(약 2,000원)만 내고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커피 한 잔’이라고 말하면서 주문하면 7유로(약 1만 원 )을 내야 한다. 직원에게 커피를 친절하게 주문하면, 8,000원을 버는 셈이다. 직원에게 무례하게 반말하지 말라는 주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방법을 응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전 가로수 길에 고기를 먹으로 갔다가 한참 웃고 왔다. 벽에 걸린 3대 서비스 매뉴얼 때문이다.

1. 미인 손님 주문시 음료 서비스 제공!
2.‘미인 손님’이라 외쳐주세요. 단 종업원 외면 시 음료서비스 불가.
3. 가게의 종업원들과 친하게 지낼 시 각종 서비스 혜택!
예쁜 손님과 직원에게 친절한 손님은 무료 음료수를 받을 수 있다는 안내판을 보면서 자신의 가게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기를 기대하는 주인의 의지가 느껴졌다.

결국, 차별화 된 고객서비스는 감정노동자의 정성담긴 서비스는 물론, 고객다운 고객의 자세, 그리고 거기에 한 가지 더 필요한 것은 당연히 내부 감정노동자들을 귀하게 여기고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시스템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CEO의 철학으로 만들어진 .스마트한 시스템이다.

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대표 숙명여자대학교 외래교수 박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