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스 거즐러' 들의 귀환 올해는 단언컨대 스마트카보다 스트롱카
곧 시장에 나올 신차가 대거 출품되는 모터쇼는 해당 지역의 경기를 반영한다. 2017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본 미국 경기는 ‘완전 회복’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시장 상당 부분을 차지한 친환경차는 일부 콘셉트카 외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세단 등 ‘개스 거즐러(gas guzzler·기름을 많이 먹는 차)’들이 무대를 가득 메웠다.

더 크고 강해진 SUV들

'개스 거즐러' 들의 귀환 올해는 단언컨대 스마트카보다 스트롱카
제너럴모터스(GM)의 주력 브랜드인 쉐보레는 8인승 SUV 트래버스의 신모델을 9일(현지시간) 선보였다. 기아자동차의 모하비, 포드 익스플로러 등과 같은 차급의 중형(미국 기준, 한국에선 대형으로 분류) SUV다. 한 차급 위인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나 서버밴과 비슷할 정도로 크기를 키웠다. 셋째줄의 앞뒤 공간이 86㎝에 이른다.

쉐보레는 5인승 SUV 이퀴낙스 신차도 공개했다. 한국GM이 판매하고 있는 캡티바 후속으로 거론되는 모델로, 캡티바보다 외관과 실내 공간이 넓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은 “현재 결정된 것은 없지만 도입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중형 Q8 콘셉트카와 준중형 Q5의 고성능 버전인 SQ5 TFSI 등 두 종의 신형 SUV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Q8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구동 시스템을 장착했으며 최고 출력 442마력을 낸다. 아우디는 Q8 양산형 모델을 2018년 출시할 계획이다.

인피니티는 중형 SUV인 QX50의 다음 모델을 미리 전망해볼 수 있는 QX50 콘셉트카를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완성차 업체로는 유일하게 이번 모터쇼에 참가한 광저우자동차가 내놓은 ‘무기’도 중형 SUV인 GS7이었다. 광저우차는 다양한 SUV 라인업으로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 중 하나며, 미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혼다는 미니밴 오딧세이 신차를 들고 나왔다. 3.6L 6기통 엔진을 얹은 신형 오딧세이의 최고 출력은 280마력으로 이전 모델보다 32마력 올라갔다. 혼다는 신형 오딧세이로 한창 성장하고 있는 미니밴 시장에서 도요타 시에나를 따라잡는다는 계획이다.

럭셔리 브랜드도 일제히 출격

디트로이트 모터쇼 현장의 고급 세단도 관람객의 눈길을 집중시켰다.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기함(플래그십) 세단 LS500 신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기존 LS500이 다소 각진 스타일이었던 것에 비해 신형은 스포츠카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곡선을 많이 활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신형 LS500은 보행자 충돌 상황을 감지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그래도 위험하면 운전대를 돌려주는 첨단 충돌방지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BMW는 신형 5시리즈의 실물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신형 5시리즈는 과거보다 크기를 키우면서도 무게는 100㎏ 이상 줄여 주행성능과 연비를 모두 끌어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클래스 쿠페(2도어 스포츠카)와 소형 SUV GLA의 신모델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기아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스포츠 세단 스팅어도 스포티한 디자인과 주행성능으로 관심을 끌었다.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별도 전시관을 꾸리고 G90(국내명 EQ900)와 G80, G80 스포츠 등 전체 라인업을 전시했다. G90는 2017 북미 올해의 차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으나 GM의 전기차 볼트에 밀렸다. 현대차는 자체 전시관에 다음달 미국 출시를 앞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일렉트릭(EV)과 함께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신기술도 전시했다.

디트로이트=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