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10일 열린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의 융합' 주제의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산업혁명은 영국인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의 발명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이 활성화할 무렵 영국은 '적기조례 (赤旗條例)'란 규제를 도입한다.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자동차 앞에서 달리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동차가 빠르게 달릴 수 없었다. 이 규제는 결국 증기기관 발명국인 영국이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독일에게 뺏기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이는 금융위원회 정은보 부위원장 주재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의 융합 추진 관련 현장의견 청취'에서 고려대 인호 교수가 소개한 내용이다.

◆혁신 촉진하는 네거티브 방식 규제가 적절= 인호 교수는 이날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뿐 아니라 정치, 행정, 보건 다방면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어 범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 발전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한국 블록체인 업계가 혁신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혁”을 정부에 요청했다. 가급적 네거티브 규제 같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을 업계는 제기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 전문가도 “현 단계에서 섣불리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 혁신을 장려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의회가 2016년 5월 표명한 '블록체인에 대한 불간섭원칙 (Hands-off Approach)'의 사례를 참고하라고 그는 제안했다.

◆은산분리 완화 등 오프라인 규제 개선 필요=서강대 이군희 교수는 이 회의에서 '금융산업에서의 블록체인 역할과 이슈' 주제의 발표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는 가상통화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영국은 블록체인으로 모든 부문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Beyond Blockchain' 계획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 ICT 강국으로 블록체인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완화, 정보공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 오프라인 중심의 규제 개선 같은 개혁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토론자로 나선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생태계 조성과 제도 정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정부+산‧학‧연 '블록체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기술개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회의에서 “중앙집중식 전산시스템 중심의 기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블록체인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정보보호 강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들은 ①블록체인에 올라간 정보는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하지만 사용자의 개인키 분실‧해킹 등의 위험이 존재하고 ②블록체인에 올리는 정보의 수정‧폐기가 어려우므로 올리기 전에 확인‧검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이란?= 네트워크 참여자가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공유함으로써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토록한 분산형 장부 (distributed ledger)라고 일컬어진다.

생성 순서대로 블록 (정보저장 단위)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유효성을 검증함으로써 정보의 위‧변조를 방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내 정보를 조작하려면 참가자 과반수를 해킹해 그 이후의 모든 블록을 위‧변조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대비 실익이 낮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참여제한 여부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구분한다. 개방형은 다수‧익명의 사용자가 참여해 고도의 암호화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 거래시스템이다.

폐쇄형의 경우 식별 가능한 사용자만 참여해 서비스 연구‧검증에 적합하다. 소수 참여자의 합의로 운영되는 컨소시엄 (예: R3CEV)과 하나의 중앙기관이 운영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예: 미국 나스닥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조세일보 / 윤진식 기자 yourjeen@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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