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워터웍스유진 사장이 수압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수도꼭지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이정옥 워터웍스유진 사장이 수압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수도꼭지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3년이면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나를 믿고 기다려 달라.”

이정옥 워터웍스유진 사장은 2001년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에게 3년만 같이 고생하자고 했다. 수전(주방 및 욕실용 수도꼭지) 제조업체 워터웍스유진은 1971년 설립된 유진공업사가 모태다.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회사가 어려워졌고, 창업자이자 부친인 이두근 회장은 뇌출혈로 쓰러졌다. 당시 재무담당 임원으로 일하던 그가 경영을 맡게 됐다. 곧바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 국내 주요 건설사에 공급

먼저 강성노조 활동으로 ‘악명’ 높던 연마기술팀을 분사시켰다. 분사에 반대하자 비용이 15% 더 들었지만 작업의 상당량을 외부 업체에 맡겼다. 연마기술팀엔 “일하기 싫으면 일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잔업 일감이 없어진 직원들은 결국 “일 좀 하게 해 달라”며 그를 찾아왔고 이 시장은 고정적인 일감을 약속한 뒤 분사시켰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덕분에 그가 경영을 맡은 뒤 회사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매년 10%가량 성장해 왔고, 지난해 2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수전업계에서 2, 3위를 다툰다.

같은 수도꼭지나 샤워기를 설치해도 아파트 층에 따라 수압이 다르다. 제품 수압을 조절하는 기술은 워터웍스유진의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이다. 직접 제조해 판매하기 때문에 빈틈없는 사후관리(AS)가 가능하다. 이 사장은 “수도꼭지 샤워기 등 제품 종류만 7000여개”라며 “매년 공급되는 주택 열 집 가운데 네다섯 집꼴로 우리 회사 제품이 설치된다”고 소개했다.

○ 세계 최초 절수수도꼭지

얼마 전엔 수압을 조절할 수 있는 절수용 수도꼭지 ‘에코스탭’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선보였다. 그는 “특허받은 카트리지를 사용해 단계별 절수 및 온도조절이 가능하다”며 “고온으로 인한 화상위험을 차단할 수 있어 아이를 둔 가정에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수도꼭지류는 금속을 녹여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주물작업이 관건이다. 주물을 할 때 금속 배합이 잘못되면 불량률도 높아진다. 워터웍스 제품의 불량률은 0.01%에 불과하다. 이 사장은 “숙련된 직원이 많아서 불량이 적은 편”이라며 “전체 직원 75명(정규직) 가운데 20년 이상 근무한 직원은 60%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길’이라는 생각에서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결재라인도 간소화했다.

○ 뿌리산업 위한 로봇 개발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2008년, 수도꼭지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연마하는 작업용 로봇을 자체 개발했다. 경기 화성 공장에 연마 로봇 6대를 설치해 매년 3억원씩 절약한다. 몇 년 전부터는 연마 외에 도금, 절단 등 다른 분야의 작업용 로봇도 개발해 판매하거나 임대 중이다.

이 사장은 “주조 도금 연마 등 뿌리산업은 산업의 기본이지만 3D 업종이라는 편견 때문에 사람들이 오질 않아 인력난에 허덕인다”며 “수전으로 번 돈을 로봇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뿌리 로봇사업을 회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조업이 국가경쟁력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창업에 뛰어드는 후배들은 편하게 유통이나 외식사업을 주로 하려고 하는데 제조업이야말로 산업과 국가 경제의 기본”이라며 “제조업을 하다 보면 고달픈 일도 적지 않지만 해외에 한국 제품을 알릴 수 있는 보람도 많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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