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올해 1~11월 현대기아차의 국내 승용 점유율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5%에 비해 2.5% 줄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현대기아차도 '61%'라는 숫자를 의미있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양사의 국내 승용 점유율은 71.7%에 달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68.7%로 떨어졌고, 다시 한 해가 지난 2014년에는 65%로 하락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63.6%로 내려 앉더니 올해는 11월까지 61%로 줄었다. 2012년을 기점으로 4년 연속 승용 내수 점유율 하락세가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같은 기간 국내 승용 전체 판매대수다. 2012년 130만대에 달했던 국내 승용 판매는 2013년 128만대로 줄어든 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를 틈타 반등에 성공, 2014년에는 141만대까지 늘었다. 이어 연속적인 신차 러시로 2015년에는 157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는 155만대 수준으로 조정되는 양상이다. 이 말은 국내 승용차 판매가 160만대를 넘지 않는, 이른바 포화 시장에 달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세는 곧 시장을 경쟁사에 내주고 있다는 말과 상통한다. 다시 말해 르노삼성이나 쉐보레, 쌍용차 등이 내수에 사활을 걸며 날카로운 창을 휘둘렀고, 수입차 또한 현대기아차 이탈자 잡기로 점유율을 늘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만큼 국내 시장이 현대기아차로선 '위기(危機)', 경쟁사와 수입차는 '호기(好機)'인 형국이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얼까?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2000년대 초반 국내 완성차 시장은 한 마디로 구조조정 시기였다. 한 때 현대기아차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라이벌들이 인수합병과 워크아웃 등의 부침을 겪으며 제품개발이 늦춰졌고, 서비스 투자도 뒤따르지 못해 국내 시장은 자연스럽게 현대기아차의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구매할 만한 제품이 현대기아차 밖에 없었고, 기회를 맞은 현대기아차는 다양한 신차와 후속 차종을 쏟아내며 시장 굳히기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현대기아차에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기본적인 제품력과 규모의 힘이 여전히 건재한 만큼 내수에선 어차피 현대기아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신감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됐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국내 시장에서 10여 년 가량 제품만 내놓으면 판매가 되고, 점유율마저 유지되는 패턴이 연속되면서 차츰 제품의 소비자 만족보다 판매 수익에 집중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소비자에게 욕을 먹어도 판매는 되지 않느냐'는 점을 위로 삼는 심리가 나타났고, 소비자를 향한 노력의 발목을 잡는 이유로 등극했다. 현대기아차가 그간 소비자와의 소통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 배경이다.

하지만 2010년을 정점으로 시장은 조금씩 변했다. 그 사이 체력 보강에 나선 르노삼성과 쉐보레, 쌍용차 등이 배수의 진을 치며 과거와 다른 제품으로 현대기아차 시장 공략에 나섰고, 현대기아차 제품에 식상함을 보이던 소비자는 경쟁사로 시선을 돌렸다. 게다가 르노삼성을 비롯해 쉐보레 등은 소비자 소통에 적극 나서며 이른바 가치 만족도를 높이려 애를 썼다.

뒤늦게 위기를 알아차린 현대기아차도 소비자 소통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 독점적 판매로 국내 시장에 쏟아낸 차가 너무 많다는 점이 장애물로 떠올랐다. 특정 사고가 일어나 결함 여부를 판단할 때, 또는 소비자들이 품질 및 불량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 90%가 현대기아차가 됐다. 이미 판매한 차의 대부분이 현대기아차이니 문제만 생기면 불만의 대상으로 떠올랐고, 심지어 품질 불량률이 경쟁사 대비 낮음에도 판매대수로만 얘기하면 언제나 1위여서 질타받기 일쑤였다. 제조사가 통계의 오류를 지적하며 불리함을 극복하려 노력해도 좀처럼 시장에선 반응이 싸늘했다. 그 사이 소비자들이 내던 조그만 목소리는 쌓여서 어느새 단단한 퇴적층으로 변했다.

물론 현대기아차 신뢰의 이면에는 다양함이 존재한다. 단순한 제품 불만 외에 노조의 파업, 그리고 시장의 차별도 포함된다. 현대기아차가 가진 규모의 거대함에 대한 불평도 있다. 하루 이틀 쌓인 퇴적층이 아닌 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섞여 있어 단숨에 깨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깨지지 않으면 지금의 점유율은 또 다시 밀릴 수밖에 없다. 승용 점유율 마지노선 60%가 무너지느냐가 결정되는 기간은 불과 1년이라는 뜻이다. 특히 불만 퇴적층이 견고해질수록 점유율 지키기는 더욱 어렵기 마련이다. 게다가 경쟁사와 수입차는 보다 강력한 행보로 현대기아차를 공격할 태세다. 지금은 시장을 방패로 어렵게 막고 있지만 뚫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제품이 아니라, 그리고 규모의 힘으로만 견디고 싶지 않다면 퇴적층이 쌓인 세월만큼 변해야 한다. 그리고 지키는 것을 떠나 반등하려면 퇴적층 제거를 위해 지금보다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보라는 숫자 61%가 현대기아차에 남긴 2016년의 교훈이 아닐까 한다.
[시론]현대기아차, 61%가 남긴 2016년의 교훈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