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빅데이터는 요술방망이 아니다…목표·실행 로드맵 뚜렷해야 성과
몇 해 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관심을 받던 빅데이터가 세계적으로 큰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과거에는 접할 수 없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 처리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를 인식해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 분야에서는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 개설 등과 같은 시범-실증 과제와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빅데이터 시장 육성과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 민간에서도 빅데이터를 수용하는 기업이 늘면서 금융, 통신, 유통,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이 주도해야 할 국내 빅데이터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기대하는 수준의 가치 창출 사례나 새로운 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정도로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빅데이터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과거에 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여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추진 전략적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빅데이터는 과거의 데이터 분석(CRM, 데이터 마이닝, 식스시그마, 품질관리 등)과 무엇이 다르며, 새로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를 왜 해야 하는가, 안 하면 왜 안 되는가에 대해 확실한 답변과 조직 내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얻고자 하는 산출물이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변화와 결과를 얻고자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빅데이터 추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적이 명확해지면 이런 목적을 위해 실행할 구체적인 과제가 설정돼야 한다. 빅데이터의 본질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이라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산출물로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비즈니스 모델 등이 만들어지고 가시화돼야 한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은 데이터 분석 과제나 분석 결과가 빅데이터 목적 달성을 위한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드맵에 따라 기대하는 산출물을 얻기 위해 실행과제가 설정되면 이를 위한 요건들을 정립해야 한다.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어떻게 수집-저장-처리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데이터 요건, 데이터를 통해 어떤 분석 결과 또는 중간 산출물을 얻을 것이며,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분석 요건, 분석 결과를 가지고 기대하는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분야별 전문지식과 창조적 사고역량을 가진 인적 요건 등이 포함돼야 한다.

국내 기업이 과거에 겪었던 CRM(고객관계관리) 추진 과정과 결과를 돌이켜보면 비슷한 시행착오는 없어야 하기에 빅데이터 첫 단추를 잘 끼우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정환 < 한국정보화진흥원 K-ICT 빅데이터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