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_연구모습
국내 제약업계에서 기술수출 계약 파기, 임상시험 실패 등이 잇따르면서 제약·바이오 열풍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대규모 신약 수출을 계기로 주목받았던 제약·바이오주는 지난 9월 한미약품과 베링거인겔하임 간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면서 곧두박질쳤다. 신약 개발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빠르게 식었다. 이 때문에 올 한해 제약 종목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기록한 신약 기술수출액은 8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8조원은 기술이전 된 신약 후보물질들이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상용화될 때 최종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개발 단계별로 받는 마일스톤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마일스톤 개념의 계약은 체결과 동시에 수취하는 ‘확정된 계약금’과 임상개발이 진행될 때마다 ‘단계별 성취도에 따라 받는 금액’, 상용화 이후 판매액의 일정비율로 받는 ‘로열티’ 등 3단계로 구성된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거둔 기술수출 8조원은 세가지 단계를 모두 합산한 것으로, 임상개발이 진행될 때마다 성과보수 형태로 받는 구조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후보물질 발굴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의 확률은 약 0.02%에 불과하다. 치료 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하나의 신약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년이다. 연구개발(R&D) 비용은 1조원대에 이른다.

5000여개 후보물질 가운데 단 하나의 신약만이 10여년의 연구 끝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금광 개발 성공확률(10%), 유전 개발 성공확률(5%)보다 낮은 수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제약산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한국 제약기업들의 신약개발 도전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 중 절반만 성공해도 단숨에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 가운데 최초로 R&D 투자액 1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엔 1871억을 R&D에 쏟아부었다. 올들어서도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들어 3분기까지 R&D 누적 투자액은 1251억원이었다.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은 “글로벌 신약 개발 과정은 험난하고, 때론 아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순간들에 직면하기도 한다”면서도 “한미약품의 결론은 ‘글로벌 신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14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국가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