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의 가장 특별한 매력은 김하늘의 얼굴이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냈다.”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 김태수 촬영 감독의 말처럼 극 속 김하늘의 얼굴은 새롭다. 아니 낯설다는 표현이 더 맞다. 청순하고 발랄했던 모습과는 그 결이 다르다. 메마르고 건조하다가 폭주하며 서늘한 얼굴을 드러낸다. ‘여교사’는 김하늘이 이토록 다채로운 얼굴을 지닌 배우라는 걸 보여준다.
올해로 데뷔 18년차를 맞은 김하늘은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멜로퀸’으로 활약했다. 청초했던 데뷔 초의 모습을 거쳐 무르익은 감정과 섬세한 연기로 매 작품마다 그 저력을 발휘했다. 물론 청순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망가질 줄도 알고,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여교사’ 속 김하늘은 다르다. 내팽겨진 자존감을 어떻게든 붙잡으려 노력하고, 열등감과 질투로 일그러졌다. ‘멜로퀸’의 수식어를 내려놓은 그의 도전에 박수를 치고 싶다.
김하늘은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굉장히 굴욕적이고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 많아 대본을 읽으며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효주는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다. 그는 “이번 역할의 선생님은 기존에 맡았던 선생님과 많이 다르고 나조차 낯설어서 어떻게 느끼실지 궁금하지만, 다른 느낌의 연기를 많이 보여드렸다”고 말했다.
‘여교사’ /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드라마 ‘로망스’부터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신사의 품격’ 등 김하늘은 유독 선생이라는 직업과 잘 맞는 궁합을 보여줬다. 김태용 감독은 “맑고 건강한 여교사 이미지를 갖고 있는 김하늘에게서 볼 수 없었던 깊고 어두운, 새로운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었다”고 만족했다.
극 속 김하늘이 연기하는 효주는 고등학교 계약직 교사다. 정교사 채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자신의 자리를 꿰차고 들어왔다. 혜영의 모든 것이 효주의 신경을 거스른다. 그런 그들 사이에 제자인 재하(이원근)이 끼어들고, 효주가 그에 대한 마음을 품으며 세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치닫는다.
영화는 효주의 얼굴을 자주 잡는다. 의욕 없는 얼굴부터 질투, 모멸, 열등감, 부러움, 사랑 등으로 얽히고설킨 효주의 감정은 김하늘의 얼굴을 통해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