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전지현
전지현
전지현이 안데르센의 대표작으로 인식된 인어를 현실 세계로 불러왔다.

2013년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끈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히로인 전지현이 박지은 작가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상반신은 사람의 몸, 하반신은 물고기인 전설의 생물, 인어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대중은 기대감에 들썩였다.

기대감은 곧 만족감으로 이어졌다. 도시에 온 인어와 냉혈한 사기꾼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이 처음 방송됐을 때 시청자들은 전지현 이야기만 했다. 푸른 바다 속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조선 시대 야담집 ‘어우야담’ 속에 박제됐던 인어를 손에 잡힐 듯이 연기해냈기 때문. 제작발표회 당시 “수영도 좋아하고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라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엔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에 인어 역을 하면서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다시는 수중 촬영을 하고 싶지 않다”는 너스레는 전지현이 이번 인어 연기를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했는지에 대한 증명이다.

방송 초반에는 인어가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설정이었는데 전지현은 찰나의 눈빛과 스치는 표정만으로도 인어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속내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인간 세상에 갓 올라와 모든 게 미숙한 인어가 손으로 파스타를 집어 먹으면서,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를 보고 ‘맛있겠다’며 입맛을 다시면서, 그러면서도 문어를 먹는 사람을 향해서는 ‘어떻게 애완동물을 먹느냐’며 울상을 지으면서, 커다란 조개를 클러치처럼 들고 다니면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감탄을 자아냈다.

드라마의 웃음을 장악한 뒤 전지현은 발 빠르게 로맨스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공무원보다 더 열심히 나라를 위해 일하는 줄로만 알았던 허준재(이민호)가 사기꾼임을 알고 절망했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마음이 식지를 않는 자신에게 혼란스러워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정상과 바닥을 오가는 톱스타의 애환을 유쾌한 결로 풀어낸 직후 영화 ‘암살’로 독립군 안옥윤 역으로 금세 변신해 독립군의 굳건함을 차갑게 연기해내 1000만 관객을 홀린 전지현. 그 냉혈한 잔상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인어를 현실 세계로 끌어온 그녀는 분명 변신의 귀재다.

인어로 변신한 전지현이 전할 매력은 아직 숱하게 남았다. ‘푸른 바다의 전설’은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