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2016년 충무로에는 바람이 불었다. 남자 배우 중심의 영화가 주를 이루던 충무로에 여자 배우를 필두로 한 영화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영화계는 특별한 변화를 맞이했다. 그리고 충무로 ‘여풍’에 큰 역할을 한 세 배우가 있다.

영화 ‘아가씨’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모호필름, 용필름
영화 ‘아가씨’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모호필름, 용필름
◆ ‘아가씨’ 김민희의 도약

김민희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든 이들이 주목했다. 이전까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들이 유독 매력적으로 그려지기도 하고,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자 캐릭터들이 탄생하는 가운데, 김민희와 박찬욱 감독의 만남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기대작 ‘아가씨’가 올해 6월 세상에 선보여졌고, 김민희는 엄청난 존재감을 선보이며 단번에 독보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독립 영화에서만 다뤄졌던 퀴어 소재를 다루고, 여자 투톱 영화인 ‘아가씨’는 국내에서는 총 428만 관객을 동원하며 ‘아가씨’의 특별한 선전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가씨’ 현재 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중심인 아가씨 히데코 역을 맡은 김민희는 영화 ‘화차’에 이어 다시 한번 인생 연기를 펼쳤고, 제37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아가씨’ 개봉 후 불거진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 스캔들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영화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포스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포스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CJ엔터테인먼트
◆ ‘비밀은 없다’, ‘덕혜옹주’ 손예진의 저력

올해 손예진은 어떤 여배우 보다도 열일 했다. 손예진은 올해만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바쁜 2016을 보냈다. 먼저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에서 정치인의 아내이자 딸 키우는 엄마 김연홍 역은 맡은 손예진은 비록 영화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어 손예진은 지난 8월 개봉해 560만이라는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를 통해 흥행 보증수표 타이틀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손예진이 “예산 때문에 퀄리티를 포기하긴 싫다”며 ‘덕혜옹주’에 직접 사비로 10억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덕혜옹주’는 무사히 개봉했고, 손익 분기점을 훨씬 넘어 여성 원톱 영화로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포스터 / 사진제공=(주)명량캠페인
영화 ‘죽여주는 여자’ 포스터 / 사진제공=(주)명량캠페인
◆ ‘죽여주는 여자’ 윤여정의 관록

범상치 않은 소재,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50년 경력 배우 윤여정의 관록은 빛났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는 터부시되어 오던 노인의 성매매와 조력 자살이라는 문제를 따뜻하게 다루며 완성도 면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윤여정은 국내 영화제에서 20~30대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여우주연상 후보에서 빠지지 않는 저력을 과시했다. 개봉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윤여정은 “빈곤으로 내몰리는 할머니들은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뒤집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면 세상이 조금씩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내가 이 영화에 출연한 보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사회를 향한 메시지까지 전달하며 데뷔 50년 차 여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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