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승객 위험 빠뜨리는 기내 불법 행위 처벌 수위 높여야"

최근 30대 회사원의 기내 난동 동영상이 공개돼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 수위가 높지 않아 기내 난동 사범 대부분이 가벼운 벌금형만 받고 있어 범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내 난동 사범을 외국처럼 중범죄자로 간주하고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승무원 때리고 침 뱉고…동영상 공개 '공분'
23일 업계에 따르면 두정물산 대표이사의 아들인 임범준(34)씨는 이달 20일 오후 베트남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난동을 부렸다.

그는 양주 두 잔 반가량을 마시고 옆자리 승객과 승무원 2명을 폭행했다.

이를 말리자 욕설을 퍼붓고 침을 뱉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 사건은 팝스타 리처드 막스(53)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알려졌다.

아울러 임씨가 행패를 부리는 동영상도 SNS에 공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임씨는 올 9월에도 인천발 하노이행 기내에서 소란을 피우고 기물을 파손해 재판에 넘겨진 전력이 있다고 한다.

기내 난동은 지상에서 벌어지는 난동과는 달리 하늘을 나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대형 참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강력 범죄나 다름없다.

◇ 휴대전화로 승무원 머리 때려도 벌금 500만원
그런데도 비슷한 범행에 법원이 최근 내린 선고를 보면 임씨는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9월 서울중앙지법은 중국 선전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항공기 안에서 고성과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부린 정모(56)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기류 불안정으로 안전띠를 착용하고 좌석에서 이탈하면 안 되는 상황에서 화장실에 가겠다고 일어났다가 승무원이 제지한다는 이유로 범행했다.

같은 달 인천지법은 운항 중인 항공기에서 과음하고서 술을 더 달라고 요구하며 1시간 동안 고성을 지른 혐의로 김모(59)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작년 11월 미국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한 김씨는 샴페인 6잔을 마시고서 승무원이 더 줄 수 없다고 하자 난동을 부렸다.

일반 좌석을 끊고 탑승한 승객이 막무가내로 비즈니스 좌석에 앉았다가 이를 제지하자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은 진상 승객도 벌금형을 받았다.

인천지법은 2014년 필리핀 세부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이러한 난동을 벌인 박모(46)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지만 박씨는 고의가 없었다며 항소까지 했다가 기각됐다.

7월 수원지법은 항공기 안에서 사무장의 이마를 휴대전화로 내려친 혐의로 기소된 박모(30)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인천공항에서 출발 대기 중인 항공기에서 승무원이 다른 승객의 가방을 집어넣다가 자신의 이마를 건드리자 "나도 남자 승무원을 똑같이 때리고 싶다"며 범행했다.

비행 중인 항공기에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기내 흡연에도 벌금형이 내려졌다.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올해 6월 홍콩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제주항공 항공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혐의로 기소된 김모(46)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징역형이 내려진 기내 난동 사범도 있었지만, 집행이 유예됐다.

서울서부지법은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의 등 부위를 주먹으로 때리고 멱살을 붙잡아 흔든 혐의로 기소된 윤모(43)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윤씨는 일본 나리타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승무원이 자신을 일본인으로 오인해 일본어 세관신고서를 준 데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 기내 난동 중범죄자 취급하는 외국 법률 벤치마킹해야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것은 기내 난동을 처벌하는 '항공안전법'의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항공안전법 49조에는 운항 중인 항공기 안에서 폭언 등 소란행위나 술·약물을 복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는 행위를 한 사람에게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46조는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협박·위계행위 등을 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다.

법률에 맞춰 선고를 내리는 법원의 판결도 솜방망이가 될 수밖에 없다.

기내 불법 행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7개 국적 항공사가 파악한 기내 불법 행위는 최근 4년 사이 급격히 늘었다.

2012년 191건, 2013년 203건, 2014년 354건, 작년 460건으로 4년 사이 2.5배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총 233건이 적발됐다.

항공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내 난동 범행에 철퇴를 가하도록 외국을 벤치마킹해 법률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은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면 최대 징역 20년과 25만 달러(3억원 상당)의 벌금형을 내린다.

기내 난동을 중범죄로 취급하는 것이다.

중국은 난동자를 '비문명 행위자' 명단에 올려 항공기 이용뿐 아니라 은행 대출에까지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운항 중인 항공기 내 불법 행위는 다른 승객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위법성이 크다"며 "관련 법령의 제재수준이 약해 더 높은 수위의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방현덕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