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앞으로 은행 사업부문별로 두세 명의 최고경영자(CEO)를 둘 수도 있다고 22일 열린 금융지주사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밝혔다. 별다른 역할이 없는 ‘옥상옥’이라는 비판을 받는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강화하고 지주회사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이 아니라 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금융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힘 실리는 금융지주사…계열사 장악력 키운다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금융산업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 2000년 11월 도입됐으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해외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9개, 자회사는 모두 200개다.

◆커지는 지주회사 권한

지금도 은행 계열 금융지주에서 은행 자산관리부문 등은 독립사업부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부문장은 인사평가나 보상 등에 관한 권한이 없다. 행장이 사실상 인사권을 독점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사업부문장의 독립적인 경영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지주 회장이 부문장에게 힘을 실어줘 독립채산제 형태의 사업부문을 키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 등의 핵심 자회사에도 복수 CEO를 허용하면 지주사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가 사업부문장을 직접 임명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경영에 지금보다 더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반면 은행장 역할과 권한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와 자회사 임직원의 겸직 규제도 완화할 예정이다. 현재는 지주사 임원이 계열사 대표를 겸직하는 등의 경우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겸직 발령을 내고 사후 보고하는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 회장 직속인 지주사 임원들이 계열 은행과 증권, 카드사 대표이사를 쉽게 겸직할 수 있게 된다. 종종 벌어진 지주사 회장과 계열 은행장 간 힘겨루기가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보 공유 허용은 논란

앞으로 금융소비자가 사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금융지주 계열사는 영업이나 마케팅 목적으로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지주회사 계열 은행의 고객정보를 계열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 등이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3년 말 카드사에서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자 금융당국은 고객정보를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공유하도록 제한했다. 영업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사전에 고객 동의를 받아야 했다.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고객정보 공유가 허용되면 연계 마케팅 등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지주사 중심의 정보 공유를 허용하되 엄격한 관리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정보 공유 사실과 거부권 등에 관한 내용은 사전에 금융소비자에게 통지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보 유출을 우려한 고객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전 동의(opt-in)와 사전 반대(opt-out)는 비슷한 것 같지만 규제 강도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고객정보를 세분화해 기본정보 등은 공유를 허용하더라도 민감한 정보에 대해선 고객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공유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욱진/이현일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