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국제유가 더 오르면 합성고무 등 수혜…미국 통상압력은 수출 최대 변수
올해 석유화학 시장은 제품별 수익성 차별화가 두드러졌다. 폴리에틸렌(PE) 스프레드(원재료인 나프타와 최종 생산품인 PE의 가격 차)는 사상 최고치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합성고무 화섬원료 PET필름 등의 스프레드는 바닥권에서 맴돌았다. 전 세계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좀처럼 늘지 않은 가운데 어떤 제품은 공급이 부족했고 어떤 제품은 공급과잉에 시달렸다.

내년에도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은 이 같은 제품별 수익성 차별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관심을 받는 제품군도 바뀔 것이다.

◆中 환경규제로 PVC 업황 개선

가장 먼저 시장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폴리염화비닐(PVC) 프로필렌 옥사이드(PO) 등 우레탄 계열이다. 중국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 8월 중국 정부는 오염물질 배출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해당 기업 설비를 폐쇄할 수 있도록 환경보호법을 개정했다.

현재 중국에 있는 3400만t 규모의 PVC 설비 중 80%가량이 석회석을 원료로 쓴다. 이들 설비가 제품 생산과정에서 배출하는 폐석회석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평가받는다. PO 생산설비에서 나오는 폐염산도 주요 오염물질로 꼽히고 있다. 중국 내 250만t 규모 PO 설비 중 70%가 제조과정에서 폐염산을 배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이처럼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설비의 신설을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폐수처리 설비를 갖추지 않은 기업은 생산 축소와 설비가동 중단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로 인해 지금도 중국에서 공급이 부족한 PO의 수급 불균형이 한층 더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PO를 원료로 쓰는 포리올(PPG) 또한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본다.

◆합성고무, 유가 상승에 ‘웃음’

국제유가 상승도 석유화학 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줄 요인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되면서 세계 원유 재고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유가 상승기에 어떤 제품이 수혜를 누릴지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주요 석유화학 제품 중 유가 대비 탄력도(제품 가격 변화율/국제유가 변화율)가 가장 높은 합성고무와 그 원료인 부타디엔(BD)이 유가 상승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유가가 오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량이 적은 BD에 실수요와 가수요가 한꺼번에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합성고무의 대체재인 천연고무 시장에 투기자금이 유입돼 천연고무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이는 합성고무 가격을 추가로 밀어올릴 수 있다.

◆美 통상압력·ECC 가동 여파 ‘우려’

미국의 통상압력은 내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정식으로 취임하면 한국, 중국, 일본 등을 상대로 발생해온 무역 적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석유화학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내 업체에 제품별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20% 수준인 에폭시 산화방지제 PET필름 타이어코드 석유수지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벌어지면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중국 제품에 대한 45%의 관세율이 그대로 적용되진 않겠지만 대(對) 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30%가량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로선 어떤 식이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미국의 신규 에탄크래커(ECC)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호황을 누리던 PE가 하락세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PE는 초강세를 보였다. t당 400달러 수준이던 PE 스프레드가 2015~2016년에는 74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신규 증설이 적었던 데다 몇몇 역내 설비들이 예상치 못한 결함으로 가동을 중단해 공급이 줄어든 덕분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우케미컬(150만t) 옥시켐(54만t) 셰브론 필립스(150만t) 엑슨모빌(150만t) 등이 줄줄이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ECC를 가동한다. 이들 설비가 계획대로 양산에 들어가면 내년 미국 에틸렌 공급량은 수요보다 4%, 2018년에는 16%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초과공급이 발생하면 PE 스프레드 상승세를 꺾어놓을 수 있다.

황규원 < 유안타증권 연구원 kyuwon.hwang@yuanta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