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녹십자 일양약품 등 계란(유정란)으로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내년 3월부터 본격적인 백신 생산을 앞두고 계란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독감 백신은 부화가 가능한 유정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배양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독감 백신이 개발된 1930년대 이후 70여년 이상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전통 방식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해 22종의 소아용 및 성인용 독감 백신 중 20개 제품이 유정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나머지 2개 제품은 각각 세포배양 방식과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생산됐다.

국내에서는 녹십자와 일양약품이 유정란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생산한다. 매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그해 유행할 균주를 발표하고 백신 생산 기업은 WHO가 제공하는 균주를 가져와 백신을 만든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늦어도 3월부터 백신 생산에 들어가야 독감이 유행하기 시작하는 10월 전에 백신을 판매할 수 있다.

전남 화순군에 양계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녹십자는 비상 관리 태세에 들어갔다. 외부 소독은 물론 출입 인원 및 차량 통제, 사전 모니터링 등으로 AI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과거 AI 유행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백신 공장은 물론 유정란 생산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정란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일양약품도 비상이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내년 생산을 위한 계란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AI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포배양 방식으로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 SK케미칼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다. SK케미칼은 유정란이 아니라 동물 세포를 배양해 독감 백신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국내 독감 백신 시장은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H1N1, H3N2)와 B형 바이러스(야마가타, 빅토리아) 중 한 종류를 예방하는 3가(價) 독감 백신에 이어 이들 바이러스 모두를 예방할 수 있는 4가 백신까지 개발되는 등 독감 백신 시장은 연평균 8%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2300만개가 공급됐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