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더 언더독’ 공연 장면 / 사진제공=㈜킹앤아이컴퍼니
뮤지컬 ‘더 언더독’ 공연 장면 / 사진제공=㈜킹앤아이컴퍼니
지난 2일부터 창작 초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더 언더독’이 중극장 무대에서 쉽게 보기 힘든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순항 중이다.

‘더 언더독’은 3층 구조의 무대와 25곡의 뮤지컬 넘버 그리고 캐릭터의 특징을 극대화한 의상 등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창작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개막과 동시에 호응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작품의 신선한 소재 발굴에서 찾을 수 있다. 작품은 SBS ‘TV 동물농장’의 ‘더 언더독’을 인상 깊게 본 제작진이 약 4년 간 동안 작품 개발과 대본 작업 끝에 완성됐으며, 그간 공연계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유기견의 이야기를 무대화했다는 것만으로도 개막 전부터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더 언더독’은 유기견 보호소에 버려진 개들의 이야기를 다루되, 실제로 개들이 처한 상황을 미화하지 않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아픈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드라마와 밀착된 감성적인 음악을 통해 작품이 비단 버려진 개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모습을 통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모습과 맞닿아 있게 하였다. 극 중 보호소를 벗어나 한 순간이라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개들의 간절함이 담긴 ‘살고 싶다’, 투견장을 전전하다 보호소에 오게 된 진돗개 진이 자신의 기구한 삶과 운명의 굴레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노래한 ‘운명의 덫’ 등 ‘더 언더독’의 주옥 같은 넘버는 마음을 파고드는 가사와 웅장한 선율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더 언더독’은 인간처럼 심장이 뛰는 생명체인 개가 짐짝처럼 물건 취급을 당하고, 끝내 버려지기까지 누군가로부터 내쳐지고 버림받는다는 감정을 개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현대사회에서 약자의 입장에 놓여진 인간들의 삶을 투영하게 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들이 안쓰럽고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한 연민에서 나아가, 우리 자신도 모르게 버림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극 중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었던 ‘할배’가 앞이 보이지 않게 돼 유기견 보호소에 오게 된 사연은 몇 십 년 동안 회사에 청춘과 열정을 다 쏟았지만 결국 정리해고를 당해 생계가 막막해진 중 장년층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자신이 버려진 이유를 찾는 게 삶의 목적이 된 진은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상황에 놓이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 어느 곳에나 나 자신보다 약한 사람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내년 2월 26일까지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