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국내 원전 후쿠시마와 달라…방사선 누출 은폐도 불가능"

원전 폭발로 인한 재난을 다룬 영화 '판도라'가 흥행하면서, 영화 속에 표현된 내용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역대 최대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원전 사고가 단지 영화적인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원전이 밀집해 있는 울산의 CGV울산삼산은 전국에서 '판도라' 관객 수가 가장 높은 극장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만약 영화에서와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국내 노후 원전에 어떤 영향을 줄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문을 통해 짚어봤다.

영화에서는 규모 6.1의 지진으로 설계수명 40년이 거의 다 된 '한별 1호기'의 냉각재밸브에 균열이 생기면서 재앙이 시작된다.

'한별'이라 지칭된 원전은 40년 가까이 노후화됐고 부산, 울산 지역 인근에 있는 것으로 볼 때 경북 울진 한울원전으로 추정된다.

극중 비상시 가동돼야 하는 한별 1호기의 긴급노심냉각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다시 냉각재상실사고(LOCA)로 이어지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대응이 사고를 악화시키게 된다.

우선 6.1 규모의 지진으로는 원전 중대사고가 기술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국내 원전은 0.2g(규모 6.5), 0.3g(규모 7.0)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고, 원자력중기공급계통(NSSS) 등 주요 구조물은 0.4g(규모 7.2)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한반도의 역사지진 등을 평가해 산정한 최대 지진 값을 토대로 내진 설계를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 원자력연의 설명이다.

국내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조의 냉각수가 유출될 경우, 폭발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가 땅보다 높은 곳에 있었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전은 암반 위에 콘크리트를 타설한 뒤 저장조를 짓기 때문에 저장조 밑에 공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장조 바닥이 폭파한다는 시나리오는 과학적으로 오류라는 것이다.

국내 원전은 지반가속도(g) 크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동 정지, 백색·청색 비상 발령 등으로 단계적으로 대응 가능하며, 영화에서처럼 수소폭발이 일어날 수 없다.

만약 후쿠시마 급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원전은 노심용융, 격납건물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이 없어 심각한 방사능 피폭은 없을 것이라고 원자력연구원은 강조했다.

또 원자력사업자 뿐만 아니라 민간기구, 대학교 등이 제공하는 환경방사선감시정보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실시간 공개되기 때문에, 극중에서처럼 방사선 누출 사고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최근 김기덕 감독이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스톱'(STOP)을 개봉하는 등 원전 재난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원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영화는 물론 허구이지만, 기술적 오류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