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 이후 처음 열린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정책금리가 0.25%p 인상됐다. 1년 전 금리인상 때와 달리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이번 회의가 끝난 후 월가와 미국 학계의 관심은 앞으로 금리인상속도와 관련해 완만한 ‘소프트 출구전략’, 가파른 ‘하드 출구전략’ 중 어떤 시나리오로 갈 것인가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Fed 위원의 통화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점포도를 보면 내년에 세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두 시나리오의 중간단계로 보고 있다. 하지만 Fed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고용창출에 두고 있는 만큼 어느 시나리오로 갈 것인가는 양대 책무관련 경제지표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내년부터는 물가와 고용지표는 Fed보다는 트럼프 정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책 우선순위가 ‘금융완화’에서 ‘재정정책’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를 끝내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닛 옐런 Fed 의장이 2014년 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재정정책의 불확실성과 영향을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에 근거를 둔 금융위기 이후 버냉키-옐런 통화정책 방식대로라면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면 ‘소프트 시나리오’다. 앞으로 통화정책 추진에서 재정정책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변수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가장 큰 변수는 옐런 의장이 우려해 왔던 정책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는 ‘옐런 수수께끼’ 현상이다.내년 1월 20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 재건을 위해 재정지출 면에서는 ‘트럼프판 뉴딜 정책’, 재정수입 면에서는 ‘레이건노믹스’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재정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예상대로 국채로 메운다면 국채금리가 올라가고 금리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금리를 올려야 한다.Fed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책금리를 빠르게 올려야 한다면 가장 당혹스러운 주체는 옐런 의장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다. 경기 등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데도 정책금리를 빨리 올리는 것은 성급한 출구전략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이 경우 중앙은행 총재의 치욕으로 여기는 ‘에클스의 실수(Eccles`s failure)’를 다시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신흥국의 테이퍼 텐트럼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간 자금흐름은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짙다. 이론적 근거는 환율을 감안한 어빙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m=rd-(re+e), m: 자금유입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은 자국의 여건과 관계없이 금리를 올려야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글로벌 금융시장도 대변화가 예상된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이 국채시장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8%대에서 2.5%대로 급등함에 따라 국채가격은 우려했던 ‘프래쉬 크래쉬(flash crash·순간 폭락)’가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이외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라가고 있다. 미국 국책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이 발표한 30년 만기 모기지론 금리는 4.1%대로 트럼프 당선 직전보다 60bp(1bp=0.01%p) 올랐다. 한국의 주택담보 대출금리도 50bp 이상 올랐다. 다른 국가의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빠르게 올라가는 추세다. 주택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문제는 달러 가치다. 미국 금리상승에 따라 과도기에 해당하는 내년 상반기(빠르면 1분기)까지는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트럼프 정부의 목표인 ‘손상된 국익 회복’과 ‘보호주의 강화’, 그리고 ‘경기 회복’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회의가 끝난 후 옐런 Fed 의장도 이 점을 가장 우려했다.앞으로 앨런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와 글로벌 증시 앞날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간단한 것은 장기채 금리상승에 맞춰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이다. 경기가 과열일 때에는 이 방안은 바람직하지만 최근처럼 경기가 받쳐 주지 못할 때에는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다.또 다른 방안으로는 발권력을 동원하거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로 조성된 재원으로 장기채를 매입해 장기채 금리를 내리는 일이다. 가뜩이나 매도 세력이 실종돼 수요 위주의 국채수급 구조를 더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유동성도 더 풀려 경고등이 켜진 자산시장에 거품을 더 심화시켜 현실적으로 곤란하다.이 때문에 각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올리거나 OT를 추진하기보다는 종전과 다른 제3의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채 위주로 왜곡된 수급구조를 풀기 위해 기한을 정해 국채 매도 물량을 수요에 맞춰 조절해 나가는 `스무딩 오퍼래이션`을 추진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국채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내년 1월에 출범할 트럼프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정지출을 통해 늘린다 하더라도 국채금리가 급등하면 민간수요가 상쇄돼 총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이른바 ‘구축 효과(Crowding Out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기회복에도 역행한다.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기업인 출신답게 민간자본을 대거 참여시켜 이런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추진했던 ‘BTL(Build Transfer Lease·민자 사업)’ 방식과 유사하다. 전제조건인 수익률 보전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민간투자 수익률이 떨어져 대체투자가 대세인 만큼 오히려 인기를 끌 것이라는 시각이다.<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양승현기자 yanghasa@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박근혜 편지, 문재인 편지로 둔갑? 박사모 `부글부글`ㆍ北김정일에 `박근혜 편지` 전달한 프랑스인은 누구?ㆍ`박사모`도 부끄러운 박근혜의 편지.."정말 창피하다" 한탄ㆍ"최순실은 키친 캐비닛"… 朴대통령 헌재 답변서 보니ㆍ정청래, 박근혜 편지 착각한 박사모 언급 "푸하하하 정말 웃깁니다"ⓒ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