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용 닭 살처분 1천만마리 넘어…생닭 가격은 하락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계란값 폭등과 '공급 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6일 기준 계란(특란) 한판(30개)당 소매 가격은 전국적으로 평균 6천365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8.6% 급등했다.

한 달 전에 비해서는 14.5%, 평년보다도 13%나 올랐다.

서울의 한 유통업체에서는 계란 한 판에 가격이 7천300원까지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격 급등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계란의 경우 대형 식품업체나 외식업체는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소비가 많이 되는 품목인 데다 AI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역시 계란 산지 거래가 폭등 추세를 반영해 2주 전 계란 판매가를 평균 5% 인상한 지 일주일 만인 15일 계란 판매가를 또다시 4.8~5% 추가 인상한 바 있다.

대형마트에서는 계란 등 신선식품의 가격 책정 시 전주 시장 동향을 고려하기 때문에 내주에도 추가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AI 확산으로 산란용 닭의 도살 처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남에 따라 당분간 계란 수급에 계속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8일 0시 현재 AI 확진 및 예방 차원에서 도살 처분된 산란용 닭은 모두 1천68만9천 마리다.

이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15.3%나 차지한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체 사육규모의 38.6%에 육박하는 32만7천 마리가 한 달 만에 도살 처분됐다.

병아리가 계란을 낳는 닭으로 자라기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계란 공급 대란은 내년 여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미 계란값 인상에도 일부 마트에서는 조기품절 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의 계란 구매를 '1인 1판'으로 제한하는 유통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계란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소규모 빵집은 물론 기업형 제빵업체들도 계란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빵업체 관계자는 "도매 계약을 통해 계란 납품을 받고 있어서 당장 연말까지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AI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실제로 기존 계란 납품업체 중 이미 AI로 타격을 입은 곳이 여럿 있어서 신규 납품업체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AI 여파로 닭고기 소비가 줄면서 생닭 가격은 오히려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닭고기(도계) 1㎏당 소매 가격은 16일 기준 5천101원으로 평년보다 7.7% 낮은 수준이다.

육계 농가에선 AI가 발생하지 않아 생닭의 경우 AI 영향이 거의 없지만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닭고기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12/8~14)동안 생닭·백숙·삼계탕용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 전주 대비해서도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오리 판매도 전년 대비 34%, 전주 대비 4% 줄었다.

이에 농협은 가금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AI는 70℃ 이상 가열 시 인체에 무해합니다'라는 주제로 오는 22일까지 전국 주요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닭고기 등 가금류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