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정진영은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시나리오를 받고 바로 다음날 출연 결정을 확정했다. 아직 투자가 확정된 것도 아니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다루고 있었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실제 영화의 시나리오는 정진영에게 제일 먼저 도달했다. 묵직하게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에 정진영이 필요했고, 그 역시 흔쾌히 작품에 참여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을 바로 결정했어요. 배우 입장으로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는 작품이었거든요. ‘판도라’ 찍는다고 배우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요.(웃음) 무슨 문제가 될까 했죠. 원전문제를 다루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짜릿했어요.”

물론 정진영 역시 걱정이 컸다. 그러나 자신의 안위와 관련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굉장히 규모가 큰 영화라서 투자가 가능할지 몰랐다. 내가 하겠다고 말했을 때만 해도 투자가 완료된 것이 아니었다”면서 “8개월 기다린 뒤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도 더 기다릴 줄 알았는데 투자사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영화 촬영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개봉이 늦어진 건 후반 작업이 오래 걸렸던 것”이라고 항간에 불거진 외압설을 일축했다.

‘판도라’에서 정진영은 투철한 희생정신과 책임감을 지닌 발전소 소장 평섭 역을 맡아 열연했다. 노후화 된 원전에 대한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빌미로 좌천됐지만 발전소가 폭발하자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달려와 구조 작업을 펼친다.

정진영의 묵직함과 진중함은 영화의 묘미를 살린다. 재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카리스마와 방치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쏟는 모습에서 이 시대 필요한 진정한 리더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촬영을 위해 우리나라 원전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공부를 했다. 물론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영화를 촬영하는 입장에서 기본적인 취지에 동의는 해야 했다”면서 “평섭은 대단한 인물이다. 실제 내가 그런 상황에 닥친다면 그처럼 행동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평섭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정진영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원전을 수면 위로 다룬 적은 거의 없었잖아요.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는 했지만 일반 국민들은 막연하게 안전할 거라고 생각을 하고 살았거든요. 두려움을 떨게 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경각심을 갖자고 얘기한 건데, 점점 현실과 닮아져서 오히려 당혹스럽더라고요. 사실 이런 상황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요. 영화로 만들어져 하는 것들이 현실로 존재하니까 황당하죠.”

정진영의 말처럼 ‘판도라’는 현실을 담아내며 문제작에 등극했다. 박정우 감독이 4년 전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될 텐데’라는 영화적 상상으로 출발했던 ‘판도라’는 지진과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현 정부, 무능력한 대통령 등 현 세태를 정확히 담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런 상황이 올지 전혀 몰랐었잖아요. 감독님이 상상을 해서 썼던 상황과 대사들이 현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죠. ‘판도라’는 현실 정치를 비판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에요. 원전의 안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 취지였죠. 그래서 (현실과 닮은) 몇몇 대사들은 아예 빼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재난의 상황에서 정치는 떨어질 수 없지만 영화가 현실에 얹혀가는 게 싫었던 거 같아요.”

‘판도라’ 속 젊은 대통령(김명민)은 나이와 경험이 많은 총리(이경영)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원래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총리는 비서실장이었다. 정진영은 “비서실장에서 총리로 바꿔도 영화에는 문제가 없는 걸로 판단이 됐던 것 같다. 감독님과 제작진들이 여러 가지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았나 싶다”며 “이리저리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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