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주시할 2016 이슈는 '고압경제' 정착과 석유 감산…IT주 앞날은 CES를 보라
명리학에서 ‘여기(餘氣)’라는 말이 있다. 차디찬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겨울의 기운이 남아서 ‘꽃샘추위’로 이어지는 것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2016년 발생한 수많은 이벤트가 칼로 두부 자르듯 끝나는 게 아니라 2017년 연초에 영향을 준다. 2017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게 아니고 2016년에 있었던 사건이 다음 해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구리값 추이 주목해야

그렇다면 2017년 신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2016년의 사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잭슨홀 미팅에서 ‘고압 경제(high pressure economy)’를 천명한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전무후무한 9년간 불황이 지속됐다. 중앙은행들은 불황을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금까지의 통화정책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의미있는 선언이었다.

‘고압 경제’가 진행되면서 가장 눈에 들어온 효과는 장기금리 급등이었다. 7월 마이너스를 맴돌던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6년 12월 연 0.4%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10년물 금리도 연 2.5%에 육박했다.

중앙은행이 어느 정도 인플레를 유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원자재 가격 급등이 눈에 띄게 진행됐다. 경기 흐름에 순행하는 구리값이 지난 11월에는 t당 5000달러를 넘더니 12월 초에는 6000달러를 돌파했다. 석탄과 철광석, 주석, 아연 등도 수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신년에도 옐런의 고압 경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구리 가격 상승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구리가 2016년 대략 37만t의 초과 공급 상황에서 오로지 기대치로만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7년엔 구리가 올해보다 2%대의 증산이 예상되고 있다.

고압 경제 다음으로 눈여겨볼 2016년의 이슈는 석유 감산이다. 유가는 수많은 종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감산이 과연 지켜질지가 일단 중요하다.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유가 상승이 반드시 필요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역할이 기대되는 만큼 일단 감산 약속이 지켜진다는 것을 전제로 전략을 짜보자.

감산 합의가 잘 지켜진다고 해도 3억배럴 정도의 재고를 소진해야 실제적인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유가 상승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일단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12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했고 러시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대략 1095만배럴로 약 30만배럴 감산하기로 했지만 1월부터 즉각적으로 감산하는 것이 아니라 3월까지 20만배럴을 감산한 뒤 6월까지 단계적으로 추가 감산에 들어간다. 아마도 감산의 실질적 효과는 2017년 하반기께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CES서 IT주 향방 가늠

정보기술(IT)주의 새로운 흐름이 궁금하다면 1월5일부터 4일간 열리는 ‘CES 2017’ 행사를 주목해야 한다. 2017년 전체 정보기술(IT)산업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행사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첫 기조연설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율주행이 주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구글의 지주사 알파벳은 자율주행차 부문을 별도 회사인 웨이모로 분사했다. 지난 10월 퀄컴은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 NXP를 470억달러에 인수했고 애플도 비밀리에 하던 자율주행차의 개발 사실을 공개했다.

글로벌 자율주행차는 2020년까지 연평균 2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년 내내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중요도가 남다를 것이다. 한국의 관련 기업들은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OLED 투자가 절실하다. 정치적 이슈로는 이탈리아 선거가 남아 있고, 4월의 프랑스 선거도 무시하지 못할 변수다.


박문환 파트너 프로필

2015, 2016년 와우넷 베스트 파트너(시황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