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초보운전'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보면 사고가 날까 우려해 피하는 운전자가 많다. 정작 교통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운전자는 초보가 아닌 운전경력 15년 이상 '베테랑'들이었다.

도로교통공단은 교통사고 분석시스템(TAAS)을 활용해 2011∼2015년 5년간 교통사고 현황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7일 밝혔다. 이 기간 국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한 해 평균 약 22만3천262건이다. 이 가운데 면허를 취득한 지 15년 이상 된 사람이 가해 차량 운전자인 사고는 연평균 약 10만2천599건(46%)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낸 교통 사망사고도 전체 사망사고의 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사고 자체의 위험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면허를 딴 지 1년이 안 된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전체 사고의 4%에 불과했다. 5년 미만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는 17%, 5년 이상 10년 미만 14%, 15년 미만은 15%에 그쳤다.

교통사고 가해 운전자의 70%는 승합차량까지 몰 수 있는 1종 면허를 보유했다. 특히 41∼50세 가해 운전자의 75%, 51∼60세의 가해 운전자의 78%가 1종 면허 소지자였다.

공단은 베테랑 운전자 사고 비중이 높은 이유로 '운전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과 그에 따른 전방주시 태만, 난폭운전 등 위험한 운전습관을 제시했다. 경력이 오래된 운전자들은 차량을 부주의하게 조작하거나 차선을 갑자기 변경하고, 교통 상황이 좋지 않거나 속도제한이 있는 구간에서도 지나친 속도를 내는 경향 탓에 사고 위험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용선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운전경력만 믿고 부주의한 태도로 운전에 임하는 것은 무면허 운전과 다를 바 없다"며 "운전경력이 길수록 안전운전 의식을 잊지 않는 성숙한 운전자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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