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즉석밥을 ‘햇반’이라고 부른다. 1996년 12월 CJ제일제당이 내놓은 제품명이 즉석밥을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국내 최초의 즉석밥인 햇반은 20년간 이 시장을 이끌며 키워왔다. 올해 매출은 1997년의 40배에 달한다.

햇반은 전체 즉석밥 시장의 67%를 점유하고 있다. 시장을 처음 연 선두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답이라는 평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고, 혼자 밥먹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라는 트렌드를 정확히 예측하고 과감하게 투자한 것이 성공 비결로 꼽힌다.
혼밥족 한 끼 책임진 햇반 20년…매출 40배 커져
◆계속 성장할 햇반 시장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의 20년 누적 판매량은 17억개가 넘는다. 국민 한 명당 30개 이상 먹은 셈이다. 누적 매출은 1조14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매출만 1600억원. 햇반은 전체 즉석밥 시장도 키웠다. 즉석밥 시장은 2011년 1150억원 규모에서 올해 24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배 넘게 커졌다. 내년엔 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즉석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1~2인 가구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9%이던 1인 가구 비중이 올해 27%를 넘었다. 이 비중은 2025년 31.3%, 2035년 34.3% 등으로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이 즉석밥 시장의 주요 고객이 되고 있다.

출시 당시에는 반대도 많았다. “밥을 지어 먹지 않고 즉석밥을 사먹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즉석밥 무균포장 설비를 구입하는 데 1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도 걸림돌이었다. 당시 CJ제일제당 1년치 영업이익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경영진은 미래를 보고 과감히 투자했다. ‘밥맛을 살리면서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즉석밥’이 제품 콘셉트였다. 무균포장 기술을 활용해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하고 유통기한도 늘렸다. 반도체 공정 수준의 클린룸에서 살균한 포장재를 사용했다.

◆당일 도정에서 슈퍼 곡물까지

경쟁자들이 나타나자 CJ제일제당은 제품의 질로 차별화를 꾀했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자체 도정 설비를 도입했다. 생산 직전 쌀을 도정해 바로 밥을 짓기 위해서였다. 쌀은 도정하는 순간부터 수분 함량과 밥맛이 동시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한 번 새로운 쌀을 구입하면 물 온도와 양을 조금씩 바꿔가며 최적의 맛을 찾는 시험 생산을 1~2년 정도 한다. 어떤 쌀을 사용해도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다. 이 기간 쌀은 섭씨 15도에서 저온 보관해 품질을 유지한다.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오곡밥, 발아현미밥 등에 이어 최근에는 렌틸콩밥, 귀리밥 등으로 종류를 늘렸다. 지난해에는 국밥 또는 덮밥용 소스를 넣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햇반 컵반’을 내놨다. 이 제품은 출시 1년 반 만에 3000만개 이상 팔렸다.

김병규 CJ제일제당 편의식마케팅 담당 부장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2030세대는 즉석밥이 익숙하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어 즉석밥 시장 성장에 긍정적”이라며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투자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