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부족해지자 일부 제빵업자도 마트서 사재기

고병원성 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계란 수급 불안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15일부터 계란 판매가를 다시 올린 주요 대형마트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인한 조기 품절 사태가 속출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최근 AI 확산에 따른 산지 출하량 급감으로 평소 들여오던 계란 공급량의 60~70% 수준만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는 소비자에게 인기있는 계란 브랜드의 경우 공급이 달려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조기 품절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한 일부 인기 상품의 경우 조기에 품절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내려진 이동중지 명령으로 수급 불안 현상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평상시에는 산지나 도매상으로부터 계란을 대량으로 공급받던 일부 중소형 제빵업자들도 최근 산지 출하량 급감으로 계란을 제때 공급받기 어려워지자 대형마트 등에서 직접 계란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런 조기 품절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등 대형 제빵 체인들은 상대적으로 계란 수급이 안정적인 편이지만 규모가 작은 동네 빵집의 경우 최근과 같은 수급 불안 사태가 빚어지면 충분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진다.

주부 박모(42·경기 일산구) 씨는 "평소 자주 가던 대형마트에서 늘 사먹던 계란 제품을 사려 했지만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이 남아있던 생소한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다"며 "확실히 매대가 평소에 비해 많이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나 롯데마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요 계란 거래선이 AI 확산의 타격을 덜 입은 이마트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이마트 점포에서는 계란이 조기에 동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않지만 AI 확산 추세가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경우 수급 안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주로 취급해 일부 사재기 등의 현상이 나타난 전국 11개 트레이더스 점포에서 파는 계란값을 15일부터 기존 5천180원에서 5천880원으로 13.5%나 대폭 올렸다.

일반 매장과의 가격 차를 좁혀 사재기나 조기 품절 사태가 빚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이마트에서 파는 계란 30개들이 한 판(대란 기준) 판매가는 6천580원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지난주부터 일반 소비자들의 계란 구매를 '1인 1판'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편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계란 산지 거래가 폭등 추세를 반영해 지난주 계란 판매가를 평균 5% 인상한 지 일주일 만인 15일 계란 판매가를 또다시 4.8~5% 추가 인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