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산란계 수입·산란기간 연장 검토 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H5N6형)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내년 1월 말부터 닭고기 가격이 오르고 계란 가격은 여름까지 지속 상승하는 '대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확진 및 예방 차원에서 도살 처분된 가금류는 1천543만 마리(살처분 예정 403만 마리 포함)에 달한다.

신규 의심 신고와 확진 판정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도살 처분 마릿수가 2천만 마리를 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특히 산란계(알 낳는 닭)는 도살 처분이 완료된 것만 전체 사육 대비 11.7%인 817만9천 마리에 이르고,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는 절반에 가까운 42만1천 마리(49.6%)가 처분됐다.

고기용 닭인 육계의 피해는 43만8천 마리로 전체의 0.6%에 불과해 당장 닭고기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산란계와 산란종계의 피해가 커서 그 여파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와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I 발생 직전까지는 닭고기 공급이 증가 추세였기 때문에 당장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수요에 따라서 가격 폭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역시 육계의 경우 소비가 감소하는 추세이고 살처분 마릿수가 많지 않아 당분간 지난해의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나, 산란종계의 피해가 급증함에 따라 내년 1월 말 이후에는 닭고기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계란 수급이다.

닭고기의 경우 냉동 닭고기 수입이 가능하고 돼지고기 등 다른 육류로 수요를 대체할 수도 있지만 짧은 유통기간 때문에 수입이 안 되는 계란은 아예 대체가 불가능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란종계 살처분이 큰 문제"라며 "병아리가 닭이 돼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기까지의 기간을 생각하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의 산란종계 살처분이 6개월 뒤 계란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AI가 내년 3월 말까지 확산한다면 이후 계란 공급이 완전히 회복하는 데 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돼 내년 8월까지 지속해서 계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AI 확산을 차단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는 상반기에는 계란을 식탁에서 찾아보기 힘든 '계란절벽'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산란계를 직접 수입하거나 산란계의 산란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란 종계를 수입한 다음 산란계로 키워서 계란을 생산하고 있는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산란계를 바로 수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산란계가 생후 68주까지 알을 낳으면 도태시키는데, 최대 100주까지 산란 기간을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편 H5N8형 AI 창궐로 가금류 1천396만 마리가 도살 처분됐던 2014년에는 오리의 피해가 컸던 데 비해 닭의 피해는 적었고, 계란은 과잉생산됐기 때문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이도연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