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유치' 글로벌전쟁

한국, 면세점 규제 강화
유커 방문국 1위 '흔들'
국경절 연휴땐 일본에 뒤져
[대수술 시급한 면세점 제도] 면세점 규제 확 풀어 유커 불러 모으는 일본·태국

세계 관광시장의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국의 유커 유치전이 치열하다. 태국과 일본 등 주요 유커 방문국은 쇼핑 관광을 주로 즐기는 유커를 겨냥해 적극적인 면세점 육성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 등을 앞세워 유커 방문 1위국 자리를 지켜왔지만, 경쟁국들이 면세점 위주로 쇼핑 환경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유커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프로그램 위챗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국 국경절 연휴 때 해외여행을 한 유커가 가장 많이 방문한 아시아 국가(중화권 제외)는 일본(23만명)이었다. 한국이 22만명으로 2위, 태국은 20만명으로 3위였다.

일본은 공항 등 출국장 중심으로 운영하던 면세점을 시내에 적극적으로 열면서 유커를 끌어모으고 있다. 일본 미쓰코시백화점은 1월 긴자에 있는 백화점 8층에 도쿄 첫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이어 2월엔 롯데면세점이 근처에 시내면세점을 개점했다. 2013년부터 긴자에서 사후면세점을 운영하던 중국계 회사 라옥스가 올 9월 긴자2호점을 내면서 긴자 일대는 면세점들의 각축장이 됐다. 일본에서 시내면세점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은 일본 면세점 정책이 명목상 허가제지만 일정 요건만 갖추면 사업권을 주는 일종의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유커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최대 유커 유치국 자리를 차지한 태국은 유커 방문을 늘리기 위해 면세 사업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태국은 국영기업인 킹파워면세점이 독점하던 면세 사업을 지난해 해외 자본에 개방했다. 더 다양한 상품을 들여와 유커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태국 푸껫에 시내면세점을 열며 태국 면세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면세점도 태국 방콕에 면세점 개점을 준비 중이다.

중국은 유커들의 해외 면세 소비를 흡수하기 위해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면세품그룹(CDFG)은 2014년 하이난성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쇼핑단지 면세점을 열었다.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면세점이다. 2013년에는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접경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서북지역 최초로 면세점을 열기도 했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해외 경쟁국들은 유커를 겨냥해 면세점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유커 유치에 큰 역할을 해온 주요 시내면세점에 더 강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유커를 한국으로 불러모으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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