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새터민 창업 지원사업 ‘OK 셰프’ 1호 매장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이야기를 담은 라멘’ 개업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1호점 사장 이성진 씨, 박광식 현대차그룹 부사장, 김동호 사단법인 피피엘 이사장.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의 새터민 창업 지원사업 ‘OK 셰프’ 1호 매장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이야기를 담은 라멘’ 개업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봉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1호점 사장 이성진 씨, 박광식 현대차그룹 부사장, 김동호 사단법인 피피엘 이사장. 현대차 제공
“OK셰프 프로그램에서 고객만족 교육을 받으며 손님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가게를 성공시켜 많은 북한이탈주민(새터민)에게 창업 기회를 열어주고 싶어요.”

14일 서울 문래동에 일본식 라멘집을 연 새터민 이성진 씨(26)는 “엄동설한에 언 강을 걸으며 북한을 탈출할 때는 가게를 차린다는 건 꿈도 못 꿨다”며 “통일이 되면 굶주림에 지쳐 세상을 떠난 여동생의 묘에 찾아가 제대로 된 제사상을 차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새터민 지원 사업 ‘OK(One Korea)셰프’를 통해 ‘이야기를 담은 라멘집’ 1호점을 열었다.

OK셰프 사업은 통일한국 시대(원 코리아)를 염원하는 뜻을 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단법인 피피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함께 작년 9월부터 시작한 새터민 지원 사업이다. 이씨는 OK셰프 프로그램 수료생으로는 처음 창업에 성공했다.

그는 열다섯 살이던 2005년 한국에 왔다.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그에게 ‘차별의 벽’은 높기만 했다. 외로움에 방황하던 이씨를 잡아준 끈은 요리였다. 요리특성화고에 다니며 각종 조리사 자격증을 따면서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경기대 외식조리학과에 진학했다. 지인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던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OK셰프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이씨는 “음식을 할 때 여동생과 옥수숫가루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북한 생활을 떠올리곤 한다”며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한입이라도 먹으면 너무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성공 의지와 기본 역량을 갖춘 새터민 가운데 매년 20명을 선발해 OK셰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요리, 손님 응대, 취업·창업 교육은 물론 실제 식당으로 운영되는 교육장에서 서빙, 요리, 자재 구매 등 매장관리의 전 과정을 배운다.

이씨가 속한 OK셰프 1기는 선발 인원 20명 가운데 15명이 교육을 마쳤다. 이 중 다른 수료생이 이달 서울 광진구 세종대 인근에 ‘이야기를 담은 라멘집’ 2호점을 열 예정이다. 현대차는 “OK세프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이야기를 하나씩 쌓자는 의미에서 상호명을 통일성 있게 가져갈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새터민의 정착과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주변의 많은 도움 덕분에 창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가게 근처 보육원에 있는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