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저작권료에 발목 잡혀…삼성 ‘밀크’ 서비스는 계속할까
무료 음원 서비스 ‘비트’ 종료, 왜?
(사진) 12월 7일 찾은 경기 분당구 소재 ‘비트패킹컴퍼니’ 사무실. /김태헌 기자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이 도입되면서 그간 다운로드해야만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을 이제 스트리밍을 통해 들을 수 있게 됐다. 또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가 등장해 광고를 듣기만 하면 무료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무료 음원 서비스들은 저작권료의 부담에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축소 중이다. 어떤 문제들이 무료 음원 서비스를 어렵게 하는지 살펴봤다.

6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했던 국내 최대의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비트’가 지난 11월 30일 3년간 이어 온 서비스를 종료했다. 비트는 ‘미투데이’를 창업한 후 네이버에 매각한 박수만 대표가 설립한 ‘비트패킹컴퍼니’의 서비스다.

비트는 그간 수천원씩을 내야 했던 멜론·지니뮤직 등과 달리 단지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 음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어 국내 음원 시장의 판을 뒤흔들 서비스로 기대돼 왔다.

비트패킹컴퍼니는 지난 4월 한경비즈니스가 뽑은 ‘100대 스타트업’에 선정될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와 경영을 이뤄 나가던 스타트업의 선두 주자였다. 이 때문에 창업 초기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와 네이버로부터 5억원, 2014년 7월 30억원, 2015년 3월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지금까지 모두 165억원을 투자 받았다.

◆165억원 유치하고도 ‘서비스 종료’

하지만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비트가 지불해야 할 저작권료 역시 급증했다. 사업을 종료할 무렵엔 월간 실질 이용자 수가 200만 명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비트패킹컴퍼니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저작권료를 해결하기 위해 15초 광고 동영상 1편을 시청하면 1시간의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한 데서 30분마다 광고를 듣도록 정책을 강화했다.

또 저작권료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를 보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료 정액제를 도입했지만 이 역시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이미 500만 명 정도의 유료 고객들은 멜론·지니뮤직·벅스뮤직 등 대형 음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 서비스는 이벤트와 통신사 할인을 더하면 매달 100원에서 3000원이면 비트보다 훨씬 많은 음원을 스트리밍해 듣고 다운로드까지 할 수 있었다. 결국 대형 음원 서비스 업체와의 경쟁에서 스타트업인 비트는 밀려나갔다.

또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지불되는 저작권료가 점차 많아졌다. 업계는 그동안 비트패킹컴퍼니가 한 달에 지불한 저작권료만 약 10억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도 비트의 수익 구조로는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추가 투자마저 끊어지면서 결국 비트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음원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에 대한 음원 가격 징수 규정이 그간 없었다”며 “대형 음원 제공사들이 유료 음원 시장에 대한 축소를 우려하며 스트리밍 라디오에 대한 발전적 징수 규정을 막았고 그 결과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삼성 ‘밀크’도 무료 음원 시장서 고전

비트뿐만 아니라 무료 음원 서비스 시장은 전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전자업체 삼성전자도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의 서비스 국가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2014년 처음 시작한 밀크를 올해 9월 종료했고 앞서 4월에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서비스를 철수했다. 삼성전자는 한국·미국·중국·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다운로드 규모를 3000만 건까지 늘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밀크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국가는 한국·중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3개국뿐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한국 등에서 밀크를 당장 종료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일부 국가에서만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지적과 함께 수익이 나지 않는 음원 서비스를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밀크를 일부 국가에서 조기 종료한 이유는 비싼 저작권료 때문으로 알려졌다. 서비스를 종료한 비트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료 규정도 이들 무료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에 불리하게 산정돼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음원 서비스인 멜론 등 월정액 스트리밍 상품은 음원 사용료를 곡당 3.6원 지불하지만 밀크나 비트와 같은 무료 음원 서비스는 7.2원을 지불해 왔다.

이런 문제는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가 ‘광고 기반 음원 스트리밍’ 저작권 징수 규정을 발표하면서 일부 조정돼 회당 4.56원 또는 매출액의 65%로 변경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비싼 음원 이용료라고 지적한다.

음원 업계 관계자는 “애플 뮤직 등이 국내에 들어온 지 수개월이 흘렀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는 음원 확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는 일부 음원 유통사들이 저작권을 독점하며 음원 공급에 대한 시장 지배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대형 유통사들이 신규 서비스에 대한 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멜론’을 서비스하는 로앤과 ‘지니’의 KT뮤직은 밀크나 비트 등 신규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2015년 8월 펴낸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의 음악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조금 더 거시적으로 바라본다면 음악을 위한 지불 형태, 즉 현재의 정액제가 아닌 구독제로 과금 형태를 바꾸면 음악이 무료의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국내 음악 산업 생태계에도 음악 저작자·연주자·판매자에 대한 ‘롱테일(long-tail)’ 육성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k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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