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세계 커피 농장을 방문한다. 문 회장은 “직원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줘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며 “회장이라기보다는 잔소리하며 걱정해주는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직원들과 함께 세계 커피 농장을 방문한다. 문 회장은 “직원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줘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며 “회장이라기보다는 잔소리하며 걱정해주는 어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010년 5월 이디야커피는 중국 베이징으로 전 직원이 해외워크숍을 떠났다. 2009년 일본 도쿄에 이어 두 번째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2004년 회사를 인수하면서 5년 뒤 회사가 잘되면 매년 해외워크숍을 가겠다고 직원들과 약속했다.

베이징 워크숍 분위기는 뜨거웠다. 젊은 직원들은 회사의 새 비전이 필요하다며 회장과 임원들에게 성장을 위해 매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내자고 제안했다. 이디야커피는 당시 매년 새 점포를 30~40개 정도 열었다. 직원들의 생각과 열정을 확인한 경영진은 논의 끝에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포함한 ‘북경 선언’을 발표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점포개발팀 인원을 확충했다. 이듬해 신규 점포 수는 151개로 증가했고, 지난해 356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로 2000호점을 넘어섰다. 이디야커피 매장 이용객은 한 달에 약 1000만명. 중복 방문을 포함해 단순 수치로만 보면 국민 5명 중 1명꼴로 이디야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문 회장을 지난 2일 서울 논현동 이디야커피 본사에서 만났다.

▷불황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요즘 소비 트렌드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기 때문이죠. 가격은 비싸지 않은데, 커피의 맛과 품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도 큰 동력이 됐습니다. 제가 한 일은 직원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입니다. 처음 이디야커피를 인수했을 때 뭔가 안 풀리고 터널 끝이 안 보인다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경영서를 포함해 이런저런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그러면서 내린 결론이 ‘모든 기업은 내부 고객인 직원의 만족 없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 나도 같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아야 직원들이 모든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직원에게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보상해준다고 말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먼저 줘야 합니다. 임원에게도 바보스러울 정도로 직원에게 잘해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사에 있는 게임장과 바비큐장, 강원 화천 글램핑장 등의 시설도 직원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직원들은 경영진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갖고, 경영진은 직원들이 어디서든 열심히 할 거라고 믿는 것, 이것이 회사 성장에 가장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 독후감을 쓰게 하는 ‘독서경영’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매달 책 한 권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게 합니다. 임원도 예외가 없어요. 제가 260여명 직원의 독후감을 다 읽습니다. 직원들이 책을 읽으며 지식과 교양을 쌓고 생각을 정리하는 효과뿐 아니라 내부 소통에도 도움이 됩니다. 사내 시스템으로 독후감을 제출하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직원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생깁니다. 가끔 젊은 직원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이런 얘기들도 해요. 필요한 경우 학원비 지원 등 도와줄 수 있는 건 돕기도 합니다.”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꼽히는 이유가 있군요.

“얼마 전 신입사원 27명을 뽑는데 1만1000명이 지원했습니다. 경쟁률이 300 대 1이 넘습니다. 직원 복지가 좋은 게 이유라고 합니다. 지난해 뽑은 29명 중에 그만둔 직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지원했다 떨어진 젊은이들에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일단 마음이 아프죠. 특히 1박2일 면접까지 보고 떨어진 지원자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지원한 회사에 입사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고, 못들어 왔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어요. 열정과 하겠다는 의욕만 있으면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나도 다니던 은행이 퇴출됐을 땐 막막했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당장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꿈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폐점률이 1%도 되지 않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프랜차이즈에선 가맹점주도 사실상 ‘내부고객’입니다. 직원과 마찬가지로 점주가 만족해야 합니다. 점주들이 만족하는 것은 단순해요.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디야커피는 가맹점주가 본사에 내는 돈이 월 25만원으로 고정돼 있습니다. 매출이 올랐다고 더 내지 않아요. 매장 규모가 작고, 인테리어가 간단해 초기 투자비도 적게 드는 편입니다. TV광고를 하거나 이디야 뮤직페스타 등의 마케팅 비용은 본사가 부담합니다. 수익이 나니까 한 점주가 여러 매장을 운영하기도 하고, 형제자매나 지인에게 소개하기도 합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곳에 따라서 점포를 내는 전략을 썼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매장을 급격히 늘리다 보니 각 상권에 이미 진출해 있는 스타벅스 매장 위치와 비슷하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요즘은 이디야 매장이 더 많아서….”

▷국내 커피시장 경쟁이 치열합니다. 편의점도 뛰어들었고요.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요.

“커피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해 원두 수입량은 13만7795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내년부터 경쟁력 없는 커피전문점이 도태하는 등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봅니다. 저가 커피전문점 인기가 작년보다 올해 좀 약해졌어요. 장기적으론 커피시장 경쟁이 가격보다 맛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합니다.”

▷앞으로의 성장 전략은 무엇입니까.

“유행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신제품을 적극 출시할 생각입니다. 콜드브루, 질소커피 등을 생각 중입니다. 연말께 블렌딩 차(茶) 신제품을 출시하고 별도의 차 브랜드를 내는 것도 검토 중입니다. 지방 출점도 늘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체 매장의 34.8%가 지방에 있는데 이 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이디야커피는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규모가 작아 읍·면·리까지 진출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외진출 계획은 있습니까.

“태국 등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무작정 나가진 않을 겁니다. 2005년 중국에 나가 실패한 경험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합작회사를 세워야만 진출할 수 있는 곳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은 스틱커피를 수출해 브랜드를 알린 뒤 신중하게 진출하려고 합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커피와 베이커리 등을 가르치는 2년제 커피 전문 대학을 세우려고 합니다. 인성교육도 강조해 사회를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젊은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 문창기는 누구?

[월요인터뷰]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 문창기 회장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커피를 키운 문창기 회장은 식음료업계가 아니라 금융업계 출신이다. 1988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동화은행 창립멤버로 금융권에 몸담았다. 외환위기로 1998년 동화은행이 문을 닫자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지점투자신탁팀장으로 금융상품 영업을 담당했다.

문 회장이 이디야커피를 알게 된 것은 유레카벤처스를 설립해 기업공개(IPO) 컨설팅 및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으면서다. 2004년 한 지인이 매각을 의뢰한 이디야커피 가능성을 보고 문 회장이 인수했다. 인수 당시 100개 정도이던 점포 수는 12년 만에 2000개를 넘어섰다.

문창기 회장 프로필

△1962년 경북 봉화 출생
△1988년 고려대 졸업
△1988~1998년 동화은행 근무
△1999~2000년 삼성증권 지점투신팀장
△2000~2004년 유레카벤처스 대표이사
△2004년~ 이디야커피 회장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