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설신어(世說新語)』에 나오는 글이다. 고장강[고개지(顧愷之)]은 사탕수수를 먹을 때 끝부분부터 먼저 먹었다.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다. 고장강이 이르기를 “점점 멋진 경지에 이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만약 최고의 스타가 가장 먼저 나와 멋진 공연을 하고 가버리면 남은 공연은 어찌 되겠는가? 무대는 김빠진 맥주 같아 모두가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고 흥미를 잃을 것이다. 이처럼 클라이맥스를 위해 가끔은 심심함을 참아야 할 때가 있다.

고개지는 중국 동진(東晉) 때 화가로 인물화가 중 최고로 손꼽힌다. 그가 와관사에 그린 유마힐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시에도 재능이 있어 한시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으로 시작하는 작품을 쓴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개지가 어느 날 초상화를 그리면서 몇 년 동안 눈동자를 찍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그가 말했다. “그림에 정신을 전해서 살아나게 하는 것이 바로 눈동자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그림 속에 정신을 담으려고 했다.

▶ 한마디 속 한자 - `尾(미) 꼬리, 끝, 뒤

▷ 尾行(미행): 다른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증거를 잡기 위하여 그 사람 몰래 뒤를 밟음.

▷ 龍頭蛇尾(용두사미):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처음은 왕성하나 끝이 부진한 현상.

송내고 교사 hmhyu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