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법인세를 회피하려고 해외에 쌓아둔 돈을 남모르게 미국으로 들여왔으며 세금을 내는 대신 정부로부터 이자수입까지 올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은 미국 세법의 예외 조항을 이용해 미국에 상당한 금액의 해외수익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로는 미국 국채를 샀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말했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공시 자료를 분석해 이 회사가 국채 매입을 통해 재무부로부터 이자 형태로 5년간 적어도 6억 달러(약 7000억원)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일랜드 법인에서 미국으로 가져온 돈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거나 미루려고 국채를 샀다. 그 결과 세금을 내는 대신 납세자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셈이다.

법인세와 국제조세 전문인 레우벤 아비요나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는 정부 관점에서 보면 "사실 내 것인 자전거를 빌려 타려고 다른 사람에게 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애플의 세금 논란은 올해 더욱 뜨거워졌다. 유럽연합은 지난 8월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아 2014년 실효세율이 0.005%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145억 달러의 체납세를 내라고 명령한 바 있다.

애플뿐만 아니라 미국의 다른 많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같은 방식으로 제도의 허점을 노려 세금을 피하고 있다.

현재 미국 세법에는 기업이 외국에서 미국으로 보낸 돈으로 국채를 사거나 주식, 채권에 투자하면 이를 다시 팔지 않는 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이 있다.

아비요나 교수는 "현금 대부분이 실제로는 외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안에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애플과 국세청, 재무부 모두 이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을 피했다.

미국 기업의 해외이익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수년간 이슈였다.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 2조6000억 달러 가운데 일부를 미국으로 가지고 올 때 35%가 아닌 10%의 세율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자금이 유입되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트럼프는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애플을 비롯해 시스코, 존슨앤드존슨, 구글 등 해외 유보금이 많은 기업 가운데 5개가 재무부로부터 받은 이자는 14억 달러 이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코카콜라 등은 투자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국적 기업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애플의 417억 달러를 포함해 1130억 달러로 5년 사이 약 2배로 불어났으며 이에 따라 정부에서 받은 이자도 늘어났다.

애플의 경우 2380억 달러의 현금 가운데 90% 이상이 재무제표에는 해외에 있는 것으로 분류돼 있으며 이 대부분은 아일랜드 법인에 있다. 하지만 애플은 법인세가 없는 네바다주 리노의 3층 건물에 내부 투자회사 브래번캐피털을 통해 유통시장에서 미국 국채를 사들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변호사인 H.데이비드 로젠블룸은 제도의 허점을 고치지 않고 미국으로 들여오는 해외자금에 일회성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비슷한 조처를 했지만 기한이 만료된 후 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을 해외에 쌓았다고 했다. 또 미국에 유입된 자금은 많은 기업이 약속했던 투자나 고용이 아닌 주주 배당이나 임원 보너스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조치가 "더 많은 돈을 외국으로 보내고 다음 사면을 기다리도록 부추겼을 뿐"이라면서 "정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