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이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한 2010년부터 한컴그룹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 472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00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한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한컴오피스 네오(NEO)의 해외 시장 개척도 속도를 내고 있고, 전자책 독립출판 플랫폼 ‘위퍼블’,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자동통번역기 ‘지니톡’ 등 신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컴은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 757억원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등 전략분야 투자도 늘렸다. 한컴그룹은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1차 사업계획 진행을 위해 120억원을 투자하고 후속 계획에 따라 추가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 타고난 ‘영업맨’인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 추상적인 개념으로 그쳐선 안 된다”며 “시장에 뛰어들어 발견되는 문제점을 기술 개발을 통해 즉각 해결해 나가면서 한컴그룹과 ETRI의 역량을 한데 모아 해외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합 소프트웨어그룹’을 지향하고 있는데 그룹 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합니까?

“한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피스프로그램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오피스프로그램 시장의 90% 이상을 MS가 장악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한컴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이런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국내 1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내장형 프로그램) 기업 MDS테크놀로지, 국내 1세대 보안솔루션 기업 한컴시큐어, 국내 1위 모바일포렌식 기업 한컴지엠디 등 총 15개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룹 내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컴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보안 기능을 강화한다든지, 각종 정보기술(IT) 기기나 자동차, 항공기 등 기계에 탑재돼 기본 작동을 수행하는 내장형 프로그램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디바이스 출시를 앞당기기도 합니다. 그룹 내 기업 간 공동 산학연 협력을 통해 다양한 영역에서 신사업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성장 비결이 궁금합니다.

“올초 한컴오피스 네오를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한 지 이제 1년이 다 돼갑니다. 시장의 판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PC에서 모바일기기 중심으로 옮겨갈 때가 기회였습니다. 웹 오피스, 모바일 오피스를 개발하고 클라우드와 연동되는 오피스프로그램을 모두 운영하는 기업은 MS 외엔 한컴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컴이 MS 오피스프로그램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반(反)미 감정이 있는 남미,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지역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요.

소프트웨어는 제조업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1년 동안 한컴의 기업 규모, 재무건전성 등을 입증해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회사란 것을 세계 시장에 알렸기 때문에 수출 물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PC, 모바일, 클라우드 환경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해외로 나갔기 때문에 시장 진입 후 확산이 빠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지금은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컴의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단계라고 보면 됩니다.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넘기고 나면 2000억원 매출도 머지않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빠르게 신사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AI 기반의 음성인식 자동통번역기 지니톡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어 기반 음성인식 자동통번역 앱(응용프로그램)입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소프트웨어로도 선정돼 ‘최초의 언어장벽 없는 올림픽’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위퍼블은 혁신적인 콘텐츠 공유 플랫폼입니다. 유튜브의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공유할 수 있듯이 전자책도 위퍼블로 손쉽게 공유·배포할 수 있습니다. 중국 디지털출판 업계 1위 기업인 베이다팡정(북대방정)과 손잡고 중국 디지털출판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플렉슬’은 디지털 콘텐츠를 자유롭게 보고, 손글씨로도 바로 정리할 수 있게 지원하는 디지털 노트 핸드라이팅 서비스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활용이 활성화된 북미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입니다.”

▷인수합병(M&A), 신사업 결정 때 특별한 원칙이 있습니까?

“기업이 성장하려면 기업이 이미 갖고 있는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쳐야 합니다. 역량을 모아서 확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성장 과정, 역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잠재력을 보고 투자합니다. 한컴도 잠재력을 보지 않았으면 인수하지 못했을 겁니다. 한컴의 브랜드 가치가 어마어마한데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실적이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인수 후엔 먼저 한컴의 브랜드 가치, 기업의 인지도와 신뢰도에 걸맞도록 한컴 직원들의 자부심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민과 정부가 키워준 브랜드 가치를 더 겸손하고 진지하게 키워나가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TRI와 손잡고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개발에도 12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산업혁명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닙니다. 4차 산업혁명도 예외가 아니죠. 건물에 비유하자면 1~3층을 안 짓고 4층을 올릴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바일, 클라우드 환경에서 오피스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가고, 이런 힘을 바탕으로 AI, AR 시장이 어떻게 다가올지 대비하는 겁니다.

또 하나의 핵심축은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때 비로소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교육 파트너십 행사’를 열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IT를 접목한 교육 콘텐츠를 공동 개발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ETRI와는 AI, VR과 AR, 정보보안, 임베디드·IoT, 교육 콘텐츠 등을 5대 전략 분야로 꼽고 13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ETRI의 기술력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로 한컴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강화해 해외 시장에 함께 나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