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음악 예능의 홍수다. 음악과 웃음이 결합된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앞선 음악 예능들이 MBC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KBS2 ‘불후의 명곡’과 같이 경연 위주의 포맷을 내세웠다면, 최근의 음악 예능들은 승부와 재미를 넘어 또 다른 의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vN ‘싱 스트리트’, 채널A ‘싱데렐라’, JTBC ‘싱포유’ 등 음악 예능 2세대 주자들이 음악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 음악예능에 분 ‘착한’ 바람, 싱포유

JTBC ‘싱포유’
JTBC ‘싱포유’
지난 3일 JTBC 새 음악예능 ‘싱포유-만들어드림(이하 싱포유)’가 베일을 벗었다. 가‘싱포유’가 내건 슬로건은 남녀노소 모두의 공감을 얻기 위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곡을 탄생시키는 대한민국 인생 공감송 프로젝트. 이를 위해 가수 홍경민, 문희준, 유재환, AOA 초아 등이 MC로 분했으며, 이들은 각각 팀을 나눠 공감송 프로젝트에 나선다.

‘싱포유’는 시청자 및 연예인들의 사연을 받아, MC들이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를 섭외해 공감송을 만든다. 가사 주제도 직접 정한다. 완성된 공감송을 무대에 올리면 방청객 투표로 승패를 결정한다. 이긴 팀의 이름으로 음원 수익이 기부되는 구조다. 승패 여부에 상관없이 매 에피소드마다 음악이 만들어지면, 그 수익이 모두 어려운 이웃에게 돌아간다.

첫 방송에서는 ‘꿈’을 테마로 공감송을 만들게 됐다. 홍경민-유재환 팀은 꿈에 대한 고민을 가진 시민들을 직접 만나 주제를 구체화했고, 문희준-초아 팀은 ‘연애의 꿈’을 주제삼아 2030대 공감할 만한 연애 송을 만들게 됐다. 한 단어를 가지고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 팀 시스템의 장점이다.

기대할 만한 것은 유재환의 재발견이다. 개그맨 박명수의 전담 작곡가로 처음 얼굴을 알린 유재환은 상냥하고 귀여운 성격으로 캐릭터를 자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시청자들에게는 뮤지션 유재환보다 예능인 유재환이 익숙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유재환이 홍경민-유재환 팀의 첫 작곡가로 나섰다. 예능에서의 활약을 차치하고 그는 당초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는 뮤지션이었다. 음악인 유재환이 선보일 ‘싱포유’ 첫 번째 공감송에 기대가 모아진다.

◆ 사연을 불러드립니다, 싱데렐라

채널A ‘싱데렐라’
채널A ‘싱데렐라’
‘사연을 들어드리는’ 대신, ‘사연을 불러드리는’ 신(新) 고민상담소가 오픈했다. 지난달 첫 방송한 채널A ‘마법 같은 선곡쇼 싱데렐라(이하 싱데렐라)’가 그것. ‘싱데렐라’는 패널들이 시청자의 고민을 위로하기 위한 최적의 노래를 골라 소개하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 토크쇼 프로그램이다. MC로는 개그맨 이수근, 슈퍼주니어 김희철, 배우 강성연이 출연한다. 또 배우 최성국, 가수 문희준, 김태우,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한석준이 고정 패널로 활약, 토크쇼의 감초 역할을 한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오정연은 지난달 방송에 출연, 그간 발산하지 못했던 끼를 대량 방출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토크와 음악이 결합된 프로그램인 만큼, 이날 방송 주제에 따라 자신이 아나운서 시절 겪었던 최악의 상사를 폭로하며 공감을 사는 한편, 학창시절 H.O.T. 팬이었던 사실을 고백하며, 맨발로 ‘캔디’ 춤을 추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싱데렐라’는 시청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에 어울리는 톱5 노래를 편곡한다는 기본적인 틀에도 충실하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명곡을 재발견, 시청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싱데렐라’는 주제에 따라 시청자가 선정한 노래 톱5를 맞추며 시작한다. 정답이 아니라 할지라도 대중에게 익숙한 명곡 오답들이 쏟아지기 마련. 그때마다 MC 및 패널들은 어깨춤을 추며 흥을 돋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래들을 통해 공감의 장이 형성된다.

◆ 우리가 만드는 음악 축제, 싱스트리트

tvN ‘싱스트리트’
tvN ‘싱스트리트’
지난 10월 첫 방송한 JTBC ‘싱스트리트’는 음악에 푹 빠진 스타들이 평범한 우리 집 앞 골목에서 펼칠 특별한 음악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리얼 음악 버라이어티다. DJ로도 활약 중인 박명수와 신예 배우 성훈, ‘음악의 신’ 이상민과 유쾌한 래퍼 딘딘, 수준급 가창력을 자랑하는 배우 봉태규와, 로 바이 페퍼스, 서사무엘 세 팀이 각각 EDM, 힙합, 록 등 장르별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기획한다. 음악을 본업으로 두고 있지 않은 스타들이, 오직 음악에 대한 사랑만으로 페스티벌을 만들어나간다는 설정이 참신하다. 이 과정에서 원석을 발견하고 감동을 끌어낸다.

특히 지난달 30일 방송된 ‘컬래버레이션 미션’에서는 이상민과 봉태규의 무대가 빛났다. 두 사람은 ‘가족’을 주제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했다. 때마침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무대에 선 두 사람은 아버지에 대한 진심을 담아 노래했고, 이것이 관객들에 통해 이날 우승을 차지했다. “아버지가 되어 보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현실감이 느껴진다”고 고백한 봉태규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상민은 “5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자신의 과거사를 털어놓아 먹먹함을 안겼다.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현혹시키겠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공감이 곧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싱스트리트’ 역시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스스로 꾸려, 최종적으로는 수원 행궁동에서 친근한 ‘동네 앞마당’ 콘셉트의 음악 페스티벌을 열 전망이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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