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사진제공=NEW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사진제공=NEW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판도라는 호기심에 재앙이 봉인된 상자를 열었다. 묶여있던 재앙이 쏟아졌고 인류는 죽음과 병 등의 고통을 얻었다. 상자에는 아직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희망이 존재했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난이 한반도를 덮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컨트롤타워는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소시민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만 없어 재난 속으로 몸을 날린다.

극은 여느 재난영화가 가지는 기본적인 기승전결을 따르고 있다. 재난을 맞서는 시민들이 고군분투, 그들을 방해하는 권력층, 그 속에 피어나는 감동까지. 하지만 ‘판도라’는 조금 특별하다. 현실과 닮은 극이 공감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불러오는 것.

최근 대한민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세계적으로 수를 줄이는 원자력 발전소 개발에 앞서는 것도 대한민국이다. 여기에 어리석은 지도자들까지 더해진 모습은 현재 사회에 대한 고발이자 나아가 예언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상상 속의 이야기로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다.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사진제공=NEW
영화 ‘판도라’ 스틸컷 / 사진제공=NEW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들 역시 몰입을 돕는다.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석여자(김영애)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남편과 큰 아들을 잃었음에도 ‘안전하다’는 말을 철썩 같이 믿는 인물. 위기상황에서도 ‘윗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고집을 부려 보는 이들을 답답케 한다.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더욱 안타까움을 배가한다.

재혁(김남길)은 영웅적 면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나와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니 굳이 재난현장에 몸을 날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그이기에 발전소에 갇혀 울부짖는 모습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극중 재앙은 단순히 원자력 폭발에 규정되지 않는 듯 보인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의 부재 역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 눈앞의 이익이 급해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하는 총리, 그와의 권력 다툼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대통령, 제대로 된 개선방안 없이 목소리만 높이는 이들까지. 그저 평범한 삶을 소망하지만 그마저도 위협당하는 시민들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우리 현실에서도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이제 그 안에서 희망을 찾을 차례다. 오는 7일 개봉. 12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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